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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홍콩대학교에서 열린 57회 수학 올림피아드를 틈타 북한 국적의 리정열이 홍콩 주재 한국 총영사관으로 도망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탈북자가 홍콩에서 발생한 것은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기 이전인 1996년 이후로 처음 있는 일로 알려졌다.
역사적으로 홍콩은 탈북자들에게 선호되는 나라가 아니었다. 북한의 최대 우방인 중국과 가까운 탓이다. 중국은 북한과의 우호관계 때문에 탈북자를 북한으로 송환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두려워한 탈북자들이 홍콩 대신 태국이나 라오스 등으로 달아나는 경우가 많았다.
홍콩의 대북인권단체 ‘탈북자관주조’(NKDC·탈북자를 생각하는 모임)의 오웬 라우 대표는 “요즘같은 시기에 탈북자가 한국 영사관으로 무사히 도망친 것은 다행한 일”이라며 “탈북자가 보호받을 수 있게 되기 전 잡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만일 우리 중 누군가가 길거리에서 그(탈북자)를 마주쳤는데 어떻게 해야할 바를 모르겠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의문을 던졌다.
라우 대표는 2012년 친구 3명과 함께 평양에서 신의주까지 기차여행을 하며 겪은 특별한 경험으로 인해 NKDC를 창설하게 됐다. 기차가 정차했을 때 그에게 한 무리의 거지들이 음식을 얻기 위해 다가왔다. 그는 “손주를 안은 한 할머니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우리는 그들에게 케잌을 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라우 대표는 북한에서 본 것은 북한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장면이나 김일성과 김정은의 시신이 보존된 금수산태양궁전과 같은 ‘전형적인’ 모습이 대부분이지만, 그를 사로잡은 것은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 풍경이었다고 밝혔다.
라우 대표는 리정열의 케이스가 홍콩인들이 북한 탈북자가 나타났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널리 퍼져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적어도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해야할지는 알아야 한다...우리 사회에 정보가 잘 알려져 있어야만 탈북자가 위험에 처했을 경우 관계 당국에 압력을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사회에 탈북자에 대한 논의를 확장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NKDC는 이번달 12일부터 14일까지 홍콩중문대학교에서 ‘연례북한인권영화제’를 개최한다.
그러나 홍콩중문대학교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 스티브 청은 NKDC는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편이라며,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대화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