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안 내리면 1300원에 묶여
지난달 22일 한국 최초의 모바일 정유 직구를 내세운 ‘지름’(www.jirm.co)이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이용자가 몰리면서 3시간 만에 서버가 다운되는 등 화제를 낳았다.
지름 측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하루 12만원 상당의 제품을 직구로 결제하면 10∼15일 후에 국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산 기름을 받을 수 있다”고 사업 모델을 설명했다. 직구 면세 기름은 시판 기름값보다 최대 30% 싸게 공급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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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름 측의 주장은 유류세 구조를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기름값 전체의 65%에 해당하는 세금을 면세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가격의 1% 정도인 관세가 전부였다.
1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 1344원의 구조는 이렇다. 유류세금 868원(64.6%), 원유가 및 정제비용 359원(26.7%), 유통비용 및 마진 117원(8.7%)로 구성된다. 유류세 가운데 교통세(529원)·교육세(79.35원)·주행세(137.54원)는 무조건 붙는 정액세다. 휘발유 값은 745.89원부터 시작하는 셈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개인이 기름을 직구하면 원유가격의 3%에 해당하는 관세가 면세되는 것은 맞다”면서도 “지름이 면세 이외에 기름에 붙는 각종 세금을 간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름의 면세유 배달 사업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기름값이 세금 때문에 비싸다’는 논쟁에 불을 붙였다.
국내 정유업체들은 지름이 주장한 휘발유 가격 1000원대는 현실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원유 가격보다 세금 비중이 커 가격이 떨어지기 힘들다는 얘기다.
정유업체 관계자는 “기름값 인하의 열쇠는 65%의 세금을 부과하는 정부가 쥐고 있다”며 “정유사의 이익 구조는 휘발유 가격의 약 17%를 정유사와 유통사가 나눠 가져 폭리를 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기름 값이 인하되려면 정액세가 아닌 정률세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세수가 달라진다며 반대한다.
지난달 19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내 유류세를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그렇지 않다”며 “지금 유류세에 손을 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현재 유류세 구조에서는 국제 유가가 아무리 내려가도 주유소 가격은 ℓ당 1300원 이하로 내려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회장도 “휘발유 가격은 유류세를 제외하면 ℓ당 500원선으로 생수 500mℓ 가격과 동일하지만 유류세를 포함하면 1370원으로 생수 1.8ℓ 가격과 동일하게 높아진다”며 “유류세 인하만이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