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세계 1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전문기업인 ‘TSMC’를 보유한 반도체 강국이다. 다만 중국이 올해 반도체 산업 진출을 본격화함에 따라 인력 및 기술력 유출이 발생해 경고등이 커졌다.
국내에서도 ‘유출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반도체 기술 및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청’이 재계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은 ‘중국의 빠른 추격’을 맞아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서고 있다.
8일 업계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영미 주요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내년 총통 선거 이후 자국 내 반도체 설계 부문에 대한 중국의 투자 제한을 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반도체 설계 부문 이외에 다른 대만 반도체 산업의 경우 중국 자본을 이미 받아들인 상태다.
시스템 반도체인 파운드리와 후공정 분야가 대표적이다. 올해 미국 반도체업체 샌디스크를 우회 인수한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대만 반도체 D램 분야의 주요 인력을 ‘스카우트’하기도 했다. 법으로 투자를 제한했음에도 ‘인력 흡수’ 등을 통한 중국 자본의 침투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대만 기업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25%를 차지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6월 앞으로 10년 동안 반도체 산업에 대한 1조위안(약 18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대만 반도체 산업을 위협할 정도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예정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법적 제한을 해제하고 중국 자본의 투자를 허용해 자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편이 더 낫다는 분석이 늘어나고 있다.
메모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사정이 예년같지 않다. 특히 주력 폼목인 ‘D램’ 평균 단가가 내년 큰 폭으로 하락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고공 성장을 하던 국내 반도체 산업이 내년 고비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PC용 D램 가격의 경우 올해 1~3분기 사이에 무려 34%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D램에 편중된 국내 반도체 산업이 신성장동력 동력 육성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외에도 비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삼성이 지난해 단일 규모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15조원 이상의 투자금을 최첨단 생산단지 조성에 집행키로 한 배경이다.
다만 정부 지원 축소라는 벽에 부딪히고 있다. 우리 정부는 내년도 R&D 투자 대상을 40% 가까이 줄이면서 반도체 R&D 지원 예산 축소가 기정사실화됐다. 특히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와 기술 격차가 커 경쟁력 우위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어)’로 시스템반도체 선두 기업을 따라잡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학계가 힘을 합쳐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도리어 R&D 예산을 깎아 경쟁력이 약화될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메모리든 비메모리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 기술력”이라며 “이는 단순히 기업 혼자만의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