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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문회사를 운영하던 이모씨는 “굿을 안 하면 사업에 문제가 생긴다”고 겁을 주는 무속인 B씨와 그의 제자 C씨의 말에 2년 넘게 40여 차례에 걸쳐 굿을 했다. 이렇게 굿 값에 쏟아 부은 비용만 17억9193만원. 하지만 사업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고 투자자들로부터 고소까지 당하자 신씨는 무속인들을 고소했다. 법원은 무리한 무속행위를 유도했다며 이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무속인이 굿을 하고 돈을 받았을 때 사기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뭘까.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효과가 없는 것을 알면서도 돈을 노리고 과도한 무속행위를 유도한 경우 사기죄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법원 판례 등을 종합해보면 무속행위는 목적 달성보다는 요청자가 그 과정에 참여하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굿의 효험’이 없다고 사기죄가 인정되는 건 아니다.
정재은 변호사(법무법인 세광)는 “굿의 목적을 달성했는지 여부는 사기죄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단순히 굿 값의 액수 자체를 갖고 얼마 이상은 사기라고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임부영 변호사(법무법인 길도)는 “굿을 왜 하게 됐는지, 무속인이 적극적인 기망행위를 했는지, 굿 값이 상식적인 액수를 뛰어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기죄의 유무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굿 권유가 협박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임 변호사는 “협박이 성립되려면 상대방이 외포심(畏怖心)을 느껴야 하고 협박하는 사람이 좌우할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한다”며 “무속인이 비과학적인 내용으로 겁을 주더라도 요청자가 절대적인 맹신을 하는 상황에서 공포심을 느낀다면 협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속인이 길흉화복이나 천재지변을 경고하는 것은 해악 발생 여부를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없기 때문에 협박이나 공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정 변호사는 “요청자가 무속인이 해악을 끼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협박이 아니라 경고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