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재철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 반 동안 영화나 드라마 촬영용으로 만든 위조지폐가 127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촬영용 위조지폐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으로부터 ‘화폐도안 이용승인’을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지난 6월 방송촬영용으로 만든 1만원권 5만장과 5만원권 5만장이 9월까지 사용하도록 승인을 받고 만들어졌지만 아직 폐기되지 않은 채 방송국 창고에 남아 있다.
방송국 창고에 있는 화폐 모조품은 한국은행 기록부 상에 48억4000만원이 확인된다.
방송국은 제작비 절감을 위해 한번 만들어진 화폐모조품을 재활용하고 있다. 2013년 3월 제작된 3억원과 2014년 4월 제작된 10억원, 올해 6월의 30억원 등은 계속 승인연장을 받으며 사용되고 있다.
촬영용으로 위조지폐를 사용한지는 오래됐지만 한국은행이 ‘화폐도안 이용승인 기록부’를 작성한 것은 2013년 2월부터다. 이전에 만들어진 위조지폐는 장부상 관리를 할 수 없는 셈이다.
이용승인된 화폐모조품도 한국은행이 현장 확인을 하지 않고 1년마다 부정사용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받는 것이 고작이다.
한국은행의 이용승인을 받지 않아도 방송용 화폐모조품을 만드는 것은 처벌이 힘들어 거의 관리가 되지 않는 실정이다.
형법상으로는 시중에 행사하거나 판매할 목적이 있어야 통화위조죄로 처벌 받고, 저작권법상으로는 저작권자인 한국은행의 고소가 있어야 한다.
촬영용 위조지폐의 관리가 어렵다보니 이를 시중에서 사용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지난 6월 TV드라마에서 카지노 지배인 역을 맡은 단역배우가 30만원 어치를 시중에서 사용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심재철 의원은 “방송과 영화 소품으로 제작된 지폐까 시중에서 부정사용되면 통화질서에 심각한 혼란을 겪게 된다”며 “화폐모조품의 제작부터 폐기까지 철저한 관리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