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천정명/사진=조준원 기자 |
대부분의 배우들은 작품이 끝나고 나면 그 작품에 대해 시원섭섭한 감정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하트 투 하트'의 주인공 배우 천정명은 "이런 사람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드라마 '커피프린스'를 만든 이윤정 PD의 밝은 웃음소리는 '하트 투 하트' 촬영 현장에도 늘 들려왔다.
천정명은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하트 투 하트'(극본 이정아, 연출 이윤정)에서 허세기 충만한 정신과 의사, 집안에 학벌에 외모까지 모두 다 가진 남자 고이석 역을 맡았다. 주목받아 마땅한 이 남자는 주목 받으면 얼굴이 빨개지는 차홍도(최강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언뜻 보면 병원이 배경이 된 로맨틱코미디 같지만, 고이석과 차홍도의 과거가 점점 드러나면서 '하트 투 하트'는 진지해지고 어두워졌었다. 천정명은 그럼에도 촬영장엔 늘 이 PD의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종영하면서 '언제 또 이런 분위기의 현장을 만날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아쉽고 두렵고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작품이 끝나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단체 채팅방도 만들었어요.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이 PD와 천정명의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06년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 때 두 사람은 처음 만났다. 천정명은 당시에도 이 PD의 디테일한 연출에 놀랐고,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그의 주문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전했다.
"이 PD님은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디테일한 주문을 할 때 배우들의 입장에서 말씀하세요. '이렇게 해봐'가 아니라 '이석이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나라면 이랬을 것 같아. 정명씨는 어떻게 생각해?'라며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스타일이에요. 이 PD님이 '커피프린스'를 하고 유학을 다녀오셨는데 거기서 연기에 대해 많이 배웠대요. 그래서 더욱 배우 입장을 생각해주세요. 저희들은 좋지만, 촬영이 길어져서 아마 스태프 분들은 힘드셨을 거예요.(웃음)"
천정명/사진=조준원 기자 |
천정명은 지난 2000년 데뷔해 올해 15년차를 맞았다. 그렇지만 최근 연기 수업을 받으며 기초적인 것부터 다시 잡았다고 했다. 발음과 발성이 평소에도 고민이었던 천정명이었지만 오히려 이번 '하트 투 하트'를 통해 "발음이 불분명해도 사랑스러워"라는 시청자의 반응을 보고 내심 뿌듯하기도 했단다.
"이 PD님이 오히려 발음이나 발성에 신경 쓰면 연기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했어요. 신경 쓰지 않고 연기하라는 모토는 계속 됐죠. 제가 눈물 연기에 자신이 없는 편이에요. 저는 펑펑 우는 연기를 잘 못하는데, 우리나라는 정서상 오열하고 잘 울어야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요. 저는 그런 부분이 부담스럽고 싫었죠. 감독님도 '울고 싶으면 우는 거다, 편하게 해라'라고 해서 부담감이 없어지더라고요. 신경 안 쓰고 놓으니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
천정명은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최강희에 대해서도 고마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걱정했어요. 최강희라는 배우가 경력도 오래됐고, 여배우다보니 고집도 있을 줄 알았죠. 4차원이라는 소문도 많잖아요.(웃음) 하지만 이렇게 배려심 깊은 여배우는 처음이에요. 제 신을 찍을 때도 항상 곁에서 제 연기 호흡을 같이 맞춰줬어요. 제가 감정을 잡을 수 있게요. 참 힘든 일인데 대단한 배우죠."
지난 공동인터뷰 당시 천정명은 유난히 최강희와의 러브신에 대해 부끄러워했다. "그렇게 호흡이 잘 맞았는데 왜 그렇게 러브신은 부끄러웠냐"는 질문에 천정명은 "실제 연인이었으면 안 부끄러웠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사실 촬영장에 사람이 많잖아요. 그리고 실제 연인도 아닌데 왠지 부끄럽더라고요. 오히려 최강희 씨가 태연하게 잘하더라고요.(웃음) 저는 죽어도 베드신이 있는 작품은 못할 것 같아요."
벌써 데뷔 15년차, 배우 천정명은 한때 '국민 연하남'이라는 수식어가 있을 정도로 상큼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지금의 천정명은 상큼함보다는 날렵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진중한 면모도 보인다. 천정명은 이러한 이미지 변신이 그저 자연스러운 것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거라고 말했다.
"일을 하다보면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요. 그 사람마다 성격이나 성향이 다르고 그럼 저도 그 사람을 대처하는 방법을 알게 돼요. 저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변한 것 같아요. 이번에 '하트 투 하트'를 통해 로맨틱코미디를 했지만, 한 번 더 해보고 싶어요. 따뜻한 봄이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배우 천정명/사진=조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