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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준혁, “‘내 생애 봄날’ 통해 성숙한 사랑을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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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희 기자

승인 : 2014. 12. 01. 08:00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얼핏 보면 차갑고 냉정할 것만 같은 외모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부드러운 눈빛과 미소를 지녔다. 무언가에 집착하는 광기 어린 연기를 펼칠 때는 보는 이들을 소름 돋게 만들지만,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는 연기를 할 때는 세상 누구보다 따뜻한 남자로 느껴진다.


배우 이준혁은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내 생애 봄날'(극본 박지숙, 연출 이재동)에서 대한민국 최연소 심장 전문의이자 스타 의사인 강동욱 역을 맡았다. 동욱은 자신의 첫사랑이 형 동하(감우성)와 결혼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고, 형수가 세상을 떠난 후에 만난 새 사랑 봄이(최수영)마저도 끝내 형에게 양보하는 비운의 인물이었다. 하지만 봄이를 놓치기 싫어하면서도 결국은 봄이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마음을 내려놓는 동욱의 모습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만난 이준혁은 전작에서 보여준 거칠고 강렬한 모습과도, '내 생애 봄날'에서 보여준 한없이 부드러운 모습과도 달랐다. 데뷔 9년차 배우임에도 사진 촬영과 인터뷰가 어색하기만 하다며 수줍어하는 그의 모습에서 작품 속 이준혁이 보여주는 면모와는 또 다른 매력이 풍겼다.


"사실 웬만한 드라마 캐릭터가 실제 성격과 비슷할 순 없어요. 제가 맡은 드라마 속 인물은 항상 천재거나 부자같은 그런 완벽한 면이 있어서 늘 부담됐었어요. 동욱이도 마찬가지고요. 그럼에도 조금은 저와 닮은 구석이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몰입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동욱이 같은 경우엔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줄 수밖에 없는 마음에 공감이 됐어요. 지금까지는 주로 자기중심적인 사랑을 연기했었는데, 이번엔 자신을 희생하고 상대의 행복을 빌어주는 인물이었잖아요. 20대였다면 공감을 못했을 텐데, 지금은 '저런 것도 좋구나, 진짜 성숙한 어른의 사랑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극적인 소재와 극단적인 전개가 난무하는 막장드라마들의 틈바구니에서 드물게 나타난 '힐링 드라마'이기 때문이었을까. '내 생애 봄날'은 거센 열풍을 일으키진 못했지만 따스한 봄바람처럼 시청자들의 마음을 간지럽히며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은 만큼 촬영 현장도 늘 화기애애하고 따뜻한 분위기였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준혁은 "처음으로 밤샘 촬영 없이 드라마를 마쳤다"고 신기해하면서도 뿌듯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모든 작품이 그러하듯 '내 생애 봄날'의 촬영 역시 마냥 순탄치만은 않았다.


"굵직한 사건들이 발생하기보다는 인물들의 대화로만 극이 전개되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감정선만 확실하면 촬영은 금방 진행됐어요. 동선이 큰 것도 아니고 액션 신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요. 그런데도 정신적으로는 꾸준히 힘들었어요. 더군다나 동욱이는 생각과 고민이 많은 인물인데 말 한 마디, 표정 하나에 그 모든 감정들을 섬세하게 담아내려니 너무 어렵더라고요. 초반에 캐릭터를 잡는 데 고전하긴 했지만, 워낙 현장 분위기가 좋았던 덕에 나쁜 기억은 전혀 없어요. 시청자들의 좋은 말씀들도 큰 힘이 됐고요. 따뜻한 작품을 만나서 제 마음도 따뜻해진 것 같아요.(웃음)"


'조강지처 클럽' '수상한 삼형제' '적도의 남자' 등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연기를 선보인 이준혁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내 생애 봄날'이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해 온 모든 연기의 집약체이기 때문에 늘 가장 최근에 출연한 작품이 자신에겐 제일 소중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다른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이런 느낌의 인물을 연기해본 게 처음이라 '내 생애 봄날'이 제게는 굉장히 의미가 커요. 제게 어떤 부분이 부족하다는 것도 알게 됐고, 고생한 만큼 한 걸음 더 성장했다는 느낌도 들고요. 물론 앞으로도 계속 작품을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지금의 제 연기의 단점이 더 크게 보이는 날이 오겠죠."


그렇다면 앞으로 연기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는지 묻자, 대부분의 배우들이 원하는 작품이나 캐릭터의 구체적인 장르와 성향을 얘기하는 것과 달리 소박한 대답이 돌아왔다.


"딱히 어떤 장르의 어떤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은 없고, 그냥 글이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군 제대 후에 여러 작품 제의가 들어왔지만 그 중에서도 '내 생애 봄날'을 고른 것 역시 글이 좋기 때문이었고요. 제 고집을 버리고 마음을 열어둬야 더 좋은 작품에서 성숙한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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