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할 목적으로 마련된 법제도가 장애인들은 물론 변호사나 법관의 인식 부족으로 유명무실화 됐다는 지적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2008년 4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처음 시행된 이후 법원이 장애인 차별행위에 대해 차별행위 중지 등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를 인용해 판결한 건수는 단 1건에 그쳤다.
지난 7월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이 교통사고로 1급 지체장애 판정을 받은 김모씨(52)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대학 측에 1990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명하면서 ‘승진 인사 대상자에 김씨를 포함하라’고 판결한 것이 유일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 48조 2항은 법원이 장애인차별행위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차별행위의 중지 △임금 등 근로조건 개선 △그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등을 판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차별을 당한 장애인 측이 해당 규정에 따라 법원에 적극적 시정 조치를 청구한 사례는 모두 5건에 그쳤다.
김씨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4건 중에는 법원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적극적 조치는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심지어 법관의 장애인 차별행위를 지적하며 적극적 조치를 청구했지만 기각된 사례도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실상에 대해 아직 법관들도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일반적으로 강제명령 대신 당사자 간의 조정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는 만큼 적극구제 인용건수는 드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예원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 변호사는 “판사들 중에는 아직까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적극구제가) 영미법상 강제명령제도에 기반을 둔 제도라 우리나라에선 생소해 재판부에서 조정에 회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이 제도가 사문화되지 않고 법원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져 장애인 인권 신장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