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출근길 서둘러도 마냥 버스 기다려야 해 불편 호소
기다리다 지친 시민들, 기점 정류장으로 이동하거나 다른 교통수단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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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6시 30분 경기 수원 성균관대 정류장에서 서울 강남역 어학원으로 가기 위해 3003번 버스를 기다리던 박모씨(21·여)는 전보다 일찍 나온 보람도 없이 좌석이 꽉 찬 버스 한 대를 하릴없이 보내야 했다.
박씨는 “광역버스는 출퇴근하는 사람들이나 새벽에 바쁘게 이동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버스인데 아무런 대책도 없이 입석 승차를 금지하는 것은 정말 비효율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이 정류장을 기점으로 처음 출발하는 버스가 1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버스를 기다렸다”며 “정부에서는 출근시간대에 맞춰 버스를 늘리고 배차간격을 줄여줬다고 했지만 피부로 와 닿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인천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시민들 역시 ‘수도권 광역버스 입석 금지’ 정책을 정부의 졸속행정이라고 비판하며 불편을 호소했다.
오전 7시 인천 동막역에서 서울 서초역으로 출근하기 위해 평소보다 15분 일찍 집에서 나왔다는 신소희씨(22·여)는 “회사에 지각할까 걱정”이라며 “이곳은 늘 입석 승차를 할 수 밖에 없는 정류장이기 때문에 규제가 더 강화된다면 앞으로 얼마나 더 일찍 집에서 나와 출근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또 서울 교대역 직장으로 3년째 출근하고 있다는 안일용씨(42)는 “중간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어떻게 출근을 하라고 이런 졸속행정을 펼치는지 모르겠다”며 “몇몇 광역버스는 버스 앞에 잔여좌석을 표시하기도 하는데 이건 아무 쓸모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류소 대기버스 현황 시스템에 잔여좌석을 표시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시민들이 마냥 기다리지 않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든지 할 것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석 승차 금지로 몇 대의 버스를 보내버린 시민들은 아예 기점 정류장으로 이동하거나 택시·지하철 등을 이용해 출근하는 모습이었다.
오전 7시 40분 9201번 버스의 기점인 인천 연수구 성호아파트 정류장에는 30여명의 시민들이 길게 늘어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박모씨(36)는 “어제까지만 해도 집 근처인 연수구청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는데 행여나 입석 승차 금지로 인해 버스를 타지 못할까봐 전보다 일찍 서둘러 기점 정류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와 서울·경기·인천 등 3개 지자체는 이날 버스 222대를 늘려 입석 금지에 따른 승객 불편을 해소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늘어난 버스는 134대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출근시간대인 오전 6~9시 수도권 직행좌석형 버스 승객을 11만명으로 집계, 1만5000명을 입석 승객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버스의 정원이 40~45인승인 점을 감안하면 134대로는 최대 6000명만 해결할 수 있고 노선 변경에 따른 증차까지 포함해도 9990명의 출근을 보장할 뿐, 1만5000명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각 지자체는 “한 달간 대책의 실효성 등을 점검한 뒤 8월 중순부터 입석 운행을 단속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