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부품·자재가 국산 무기에 무더기 납품된 사실이 적발됨에 따라 불량 무기가 양산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나사 하나만 잘못 돼도 장비·무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줘 장병들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어 책임기관 문책과 함께 납품 업체에 대한 보다 엄격한 관리·감독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방기술품질원은 17일 군수품의 부품과 원자재를 납품하는 241개 업체가 공인시험성적서를 2749건 위·변조한 사례를 적발해 해당 업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기품원은 최근 7년간 납품된 군수품 28만199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위·변조를 통해 납품된 품목 일부는 교체했고, 다른 품목은 계속 교체해 나가기로 했다.
이번 군수품 성적서 검증은 지난해 11월 발표된 1차 검증 결과 34개 업체가 125건의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검증 시기와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특히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 KF-16의 브레이크디스크 부품 2건의 시험성적서가 조작돼 안전과 성능을 고려해 교체 완료했다. 국내 개발 기동헬기 수리온(KUP-1)도 윈도우기어 등 부품 8건의 성적서가 위·변조된 것으로 드러나 일부 부품은 교체했다.
육군 차기 전차인 K-2를 비롯 K-21 장갑차, K-9 자주포, K-55A1 자주포 등 기동·화력 장비에서도 적게는 수 건에서 많게는 수백 건의 시험성적서 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성적서 조작은 종업원 100명 미만의 중소기업이 납품하는 조립부품이나 수리부속류에서 주로 발생했다. 적발 업체를 규모별로 보면 30명 미만 145개 업체, 30∼100명 73개 업체, 100명 이상 23개 업체였다.
필터류와 고무제품류 등 다양한 품목을 소량으로 납품하는 3개 중소업체가 전체 위·변조 건수의 62%인 1696건을 차지했다.
기품원은 시험성적서 위·변조 업체에 대해 검찰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부정당업체 지정 등의 제재를 하는 한편 재발방지 대책도 추진키로 했다.
기품원은 우선 23개 공인시험기관과 상호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시험기관이 발급한 성적서 원본을 기품원이 직접 확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주 계약업체로 하여금 중소 협력업체가 제출하는 모든 성적서의 진위를 확인할 의무를 계약조건에 반영토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기품원은 비현실적인 국방규격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대체 가능 재질을 국방규격에 반영하고 규격 개선이 용이하도록 절차도 간소화할 방침이다.
한 국방획득 전문가는 “방산 물자는 국민 생명과 안보에 직결되는 국가 안위의 문제로 공인시험성적서 조작은 명백한 범죄 행위”이라면서 “일차적으로 해당 납품 업체가 책임을 져야 하지만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기품원도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