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로부터 한반도와 일본 사이의 바다를 동해(東海)라고 불렀다. 대한민국의 동쪽에 위치한 바다라는 뜻이다.
동해는 아시아 대륙 북동부 한반도 및 러시아 연방령 연해 지방과 일본 열도·사할린섬 등으로 둘러싸인 태평양의 연해(緣海)로 남북의 길이 약 1700km, 동서 최대길이 약 1100km이며 면적은 약 107만㎢ 이다.
하지만 국제수로기구가 1929년 '해양과 바다의 경계'를 발간하면서 동해는 일본해로 바뀌었다.
◇광개토대왕비에도 적혀있는 동해
1745년 키친(T. Kitchin)이 제작한 ‘A Map of QUAN-TONG or LEA-TONGE PROVINCE ; and the KINGDOM of KAU-LI or COREA’ 지도
한국 측 문헌기록에서 동해표기가 처음 선보인 시기는 고구려 시조 동명왕 기사의 ‘東海之濱有地’ 구절에서 비롯된다.
동국이상국집 동명왕편 본기(本記)에는 정승 아란불(阿蘭弗)이 “일전에 천제(天帝)가 내게 내려와서 ‘장차 내 자손으로 하여금 이곳에 나라를 세우려 하니 너는 피하라’ 하였는데, 동해(東海)가에 가섭원(迦葉原)이란 땅이 있어 오곡(五穀)이 잘 되니 도읍할 만합니다”하는 내용이 나온다.
또 고구려 장수왕이 아버지인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기념해 414년에 세운 기념비(광개토대왕비)에도 '동해'가 표기돼 있다. 1531년 신증동국여지승람의 '팔도총도' 등 한국 문헌과 지도, 중국의 고지도에도 동해라는 명칭이 발견된다.
한국외국어대 서경철 교수(불어과)의 ‘서양 고지도와 한국’에 따르면 18세기 파리에서 발간된 지도에도 동해관련 기록이 나타났다.
1703년 드 페르가 파리에서 발간한 ‘아시아 지도’에는 동양을 잘 모르는 서양인을 위한 지리적 설명이 간단히 첨부돼 있는데, 동해에 대한 설명에서 "서양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바다이지만 달달인(만주족)들이 ‘동해’라고 부른다"고 기록돼 있다.
이처럼 고문헌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동해표기가 삼국건립 이전인 기원전 59년부터 사용돼 20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비해 일본해가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1602년 마태오 리치의 '곤여만국전도'를 통해서다. 곤여만국전도는 서양지리학을 처음으로 중국에 소개한 마태오 리치와 명나라학자 이치조가 함께 만들어 목판으로 찍어 펴낸 것으로 과거부터 일본해로 불려왔다는 일본측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정철 교수는 “일본해는 일본 쪽 바다에 부쳐진 이름이고 한국 쪽 바다에는 한국에 대한 지리적 설명을 하다 보니 여백이 없어서 한국해를 표기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며 “마태오 리치 이전에 동양 지도를 만든 포르투갈 인들의 지도를 보면 한국 쪽에는 한국해, 일본 쪽에는 일본해라고 표기돼 있다. 그가 포르투갈 인들이 만든 지도를 참고해 ‘곤여만국전도’를 제작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고지도 대부분은 ‘동해’ 표기
1794년 윌킨슨(R. Wilkinson)이 제작한 ‘CHINA, Drawn from the Latest & Best AUTHORITIES’ 지도
지난해 국토지리연구원의 조사 기록에 따르면 동해는 16세기 지도에는 '중국해', '동양', '동해' 등으로 표기되다가 17세기 후반에는 '한국해'로 표기되기 시작했다. 18세기에는 '한국해' 표기가 주류를 이뤘으나 18세기 후반부터 일본해 표기가 등장해, 19세기 이후 일본해 표기가 급증하게 됐다.
과거 러시아에서 제작된 지도와 문서 대부분에도 한국식 명칭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2년 주러 한국 대사관 문화홍보원이 발표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18~19세기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지도와 도서 19종 가운데 10종이 동해를 ‘동해’ 또는 ‘한국해’로 표기했고 ‘일본해’로 쓴 것은 3종에 불과했다. 나머지 6종은 아예 바다 이름을 적지 않거나 ‘한국해’와 ‘일본해’를 함께 쓰는 등 중립적 표기를 했다.
동해를 한국해나 동해로 표기한 지도는 ‘한·중·일 지도(1737년)’, ‘아시아전도(1793년)’, ‘한반도전도(1818년)’, ‘지구평면도(1793년)’ 등이며, ‘세계 전도(1812년)’와 ‘동아시아해도(19세기 후반)’ 등 지도 3종은 특히 동해를 ‘한국만(韓國灣)’으로 표시했다.
일본해로 적은 지도는 ‘크루젠슈테른 일본전도(1805년)’와 ‘극동지방지도(1904년)’, ‘크루젠슈테른 세계일주기(19세기 초반)’ 등이다.
일본해 명칭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초 러시아 탐험가 이반 크루젠슈테른이 일본을 여행한 이후이며, 그 이전 지도와 문서에는 모두 한국해와 동해로 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