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이자 시인,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한 구자형(54) 씨의 '구자형의 윈드'(미들하우스 펴냄)는 이렇게 음악을 매개로 미국을 기행하고 이를 문학적 감수성으로 풀어낸 에세이집이다.
'별이 빛나는 밤에', '두 시의 데이트' 등 주요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에서 25년간 원고를 써왔던 그는 1970년대 한국의 청년문화와 그리고 그 청년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 미국 대중음악의 계보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다.
그러던 어느 날 방송 일을 그만 두고 샌프란시스코로 떠난 여행에서 우연한 사건들을 계기로 자신의 참모습을 찾는 체험을 한 것이 미국 대중음악과 인생사를 함께 녹여낸 이 에세이집의 시작이 됐다.
이 책에서 저자의 음악 기행은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해 포틀랜드를 거쳐 시애틀과 뉴욕 등으로 이어진다.
뉴욕, 내슈빌, 멤피스, 뉴올리언스 등 미국 대중음악의 새로운 장르를 열었던 도시들을 지나며 "영혼과 썩은 권력 사이의 전쟁"과도 같은 미국 대중음악의 정신과 뿌리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후기에서 "내가 미국 음악여행을 떠난 까닭은 미국이 음악의 자유, 영혼의 자유가 더 앞서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 책이 영혼의 깃발을 나부끼게 하는 평화의 바람, 그리고 떠나고 싶게 하는 자유의 바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본격 여행서는 아니지만 색다른 테마 여행 가이드북으로 손색이 없으며 스토리가 있는 소설처럼 이야기가 전개돼 흥미로운 미국 대중음악 입문서로도 읽힐 수 있다.
저자가 직접 찍은 미국 도시 곳곳의 풍경들도 함께 수록됐다. 256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