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프렌들리’를 내세운 새정부의 친언론 정책이 청와대의 잦은 보도통제와 기사담합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자신의 농지 매입 논란 기사를 ‘프레스 프렌들리’하게 막으려다 ‘사퇴’ 위기를 자초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 이 대변인, 청와대 기사담합
새 정부 들어 청와대 기사와 관련해 보도통제와 기자실 기사 담합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왔었다.지난 3월 31일, 비공개로 진행된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녹취록이 기자들에게 실수로 전달됐는데, 청와대는 뒤늦게 비보도 요청을 해왔다. 일부 인터넷 언론에선 이미 기사가 나간 상태였다.
기자실에선 긴급 회의를 소집해, 보도된 기사 수준 내에서 기사를 내보내기로 결정하고 신문들은 다음 날 거의 똑같은 내용으로 보도했다.
일부 기자들의 항의에 이 대변인은 “나가서 크게 문제가 안 될 내용을 굳이 쓰겠다는 이유가 뭐냐”며 이를 제지했고, 기자들은 “나가서 크게 문제가 안 될 내용을 굳이 못쓰게 하는 이유가 뭐냐”며 따졌다. 기자들은 다시 회의를 열고 녹취록 내용을 그대로 보도하기로 합의했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폭발적인 내용이냐 아니냐는 개별 기자들이 판단하는 것인데, 청와대나 다른 언론사에서 기사를 쓰지 마라 하는 것은 분명한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 보도통제 주도 의혹
청와대의 잦은 보도 통제와 외압 사실은 잘 알려진 대로다.
국민일보는 지난 2월, 박미석 수석의 논문표절을 특종하고도 신문에 싣지 못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조민제 국민일보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후속보도를 하지 말아달라고 외압을 넣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는 또, 이 대변인의 농지 매입 관련 기사 역시 ‘좀 봐달라’는 이 대변인의 청탁을 받은 변 모 편집국장의 지시로 기사를 누락해야 했다.
이와 관련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정부 고위인사 삼성떡값 명단 발표’와 관련한 이 대변인의 YTN 돌발영상 사건 역시 ‘프레스 프렌들리’라는 명목 하에 이루어진 헤프닝이다.
■ 야권, 이 대변인 ‘자질 없다’ 사퇴 촉구
통합민주당 등 야권과 시민사회는 이 대변인의 즉각적인 사퇴를 강력 촉구하고 나섰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 보도지원비서관(춘추관장)을 지낸 김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자신의 불법 행위를 감추려고 공직을 이용해 권력을 남용하고도 ‘상식’이라고 하다니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상식’을 파괴한 이동관 대변인을 즉각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30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저 없이 언론의 가치를 훼손하는 인물이 청와대에 있어서는 안된다”며 이 대변인의 즉각적인 대변인직 사퇴를 요구했다.
청와대는 이 대변인의 국민일보 기사누락 파문으로 박미석 수석 논문표절 기사 외압 사건에 이어 도덕성에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