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항공 등 환율 10% 오를 때 수천억 손실
고환율 수혜 업체들도 안정적 환율이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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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 50대 기업을 대상으로 '주요 대기업의 환율 영향 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사업계획 수립 시 원·달러 환율을 1350~1400원으로 적용한 기업이 33.3%로 가장 많았고, 이보다 더 낮은 1300~1350원으로 설정한 기업도 29.6%나 됐다. 1400~1450원으로 적용한 곳은 18.5%, 현재 수준인 1450~1500원은 10곳 중 1곳 수준인 11.1%에 불과했다.
조사 기업의 44.4%는 올 상반기 환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실제 계획한 환율과도 괴리가 있어 상반기 환율로 인한 경영의 어려움을 이미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재계 순위 상위권 기업에는 원자재 조달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 철강, 항공 기업 등이 포진돼 있다. 환율이 오를 때 직격탄을 받는 업종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 3분기 기준 달러 환율이 10% 오를 시 법인세 차감 전 순손실이 2818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0% 하락하면 2818억원 이익인 구조다. 포스코는 철광석, 석탄을 포함한 거의 모든 원재료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어 원재료 가격 상승이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항공의 경우 연료뿐 아니라 기재 리스료, 국제공항 사용료 등을 원화로 지불한다. 대한항공은 환율 10원이 오를 때 약 33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하고, 아시아나는 환율이 10% 상승할 때 3645억원의 세전순손실이 발생한다.
고환율로 수혜를 보는 기업들도 있다. 달러로 건조대금을 받는 조선기업들이다.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이 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전력기기업체들도 마찬가지다.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등이 해당된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환율이 높을 때 매출에 영향을 받는다. LS일렉트릭의 경우 달러 환율이 10% 오를 때 196억원의 당기순손익이 발생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고환율보다 안정적으로 가는 게 실적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환율의 변동성이 심하면 파생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고, 매출이 잡히는 시기에 환율이 급변하는 것 또한 불안요소이기 때문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지금의 환율 불안은 경기침체가 누적되어 온 과정에서 국내·외 리스크 충격이 겹친 상황이라 그 여파와 불확실성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불안정한 환율 상승이 자본 유출, 대외신인도 하락 등 소위 눈덩이 효과처럼 확대되지 않도록 외환시장 안정화와 기업 유동성 지원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이 기회에 우리경제의 과감한 체질개선과 구조적 전환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