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성과 창출·건전성 관리 집중
올해 2년차에 돌입한 구본욱 KB손해보험 사장의 신년사 중 일부다. 구 사장의 임기 첫해였던 지난해 KB손보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변화와 혁신'을 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모습이다.
구 사장이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 배경에는 복잡한 속내가 있다. KB손보가 손해보험업계 '빅5'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대형 5개사 중에서는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어서다. 업계 4위인 현대해상과의 격차도 더욱 벌어졌다. 금리 인하 여파로 자본 건전성 지표인 K-ICS(지급여력비율) 하락 우려도 나온다.
올해도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인 만큼 구 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셈이다. 보험업계가 전반적으로 저성장 늪에 빠진 만큼 헬스케어 등 신사업의 성과를 가시화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구 사장은 올해 핵심 전략 과제 중 하나로 매출과 이익 창출력 등 회사의 기초체력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KB손보는 지난해 구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7400억원으로 전년 동기(6804억원) 대비 8.8% 성장했으며, 보험사의 수익성 지표로 떠오른 보험계약마진(CSM)도 같은 기간 9조1843억원에서 9조3050억원으로 1.3% 증가했다.
KB손보의 이 같은 성장은 KB금융그룹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비중을 확대하는 데에도 일조했다는 평가다.
구 사장 앞에는 과제가 여전히 산적했다. 가장 핵심 과제로 꼽히는 건 경쟁사와의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KB손보는 손보업계 빅5로 불리고 있지만 순이익 기준으로 경쟁사들과의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화재(1조8344억원), DB손해보험(1조5780억원), 메리츠화재(1조4928억원), 현대해상(1조464억원)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순이익 '1조원'을 넘어선 것과 달리 KB손보는 아직 7000억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4위인 현대해상이 전년 대비 33.1% 늘어난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KB손보와의 격차도 더욱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구 사장이 "목표라는 테두리에 스스로 갇혀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 목표를 넘어서는 더 큰 도전과 노력에 전력을 다했던 것인지, 혹은 우리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꼬집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건전성 관리 강화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KB손보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3분기 말 기준 203.7%로 지난해 말(215.9%)보다 하락했다. 금리가 떨어지면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K-ICS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구 사장 역시 올해 시장금리 하락,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 및 자본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신사업에 대한 성과 창출도 올해 주요 과제로 꼽힌다. 우선 KB손보가 주목하는 신사업은 헬스케어다.
현재 자회사 KB헬스케어를 통해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 중이다. KB헬스케어는 올해 의료 마이데이터 라이선스 확보에 전사 역량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라이선스를 취득한 이후에는 활용 가능한 데이터 기반으로 대고객 서비스 및 계열사 시너지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관련 경쟁력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구 사장은 올 초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사업부문'을 신설했으며, 'DT추진본부' 산하에 'AI데이터분석파트'와 '헬스케어지원Unit'을 신설했다. 디지털·데이터 기반 신사업 추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KB손보 관계자는 "올해는 디지털 부문과 헬스케어 등 신사업 부문을 더 강화할 계획"이라며 "헬스케어 신사업의 경우 의료 마이데이터 라이선스 확보 등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