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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칼럼] 도대체 대미 외교는 누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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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12. 2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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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대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그는 이미 초강대국 미 대통령직을 4년간 지냈다. 그의 말투, 행동,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 등에 대해 익숙한 우리다. 그런 그는 내년 1월 20일 임기 4년의 미 대통령직을 또다시 수행한다. 젊은 시절 로이 콘 변호사로부터 일탈된 인생 교육, 즉 '무조건 공격-끝까지 부인-패배는 불인정'이라는 언행을 배운 그로서는 중임이 안 되는 이번 임기에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세상을 이끌어가려 애쓸 것이다. 물론 미국도 의회와 야당이 있어 제 뜻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부터 중동 평화, 북핵 문제 등 세계 각국을 상대로 강력한 경찰국가의 존재를 과시하려 들 것이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정치·경제적 현안에 대해 시도 때도 없이 입장을 내야 한다. 그때마다 그는 콘의 인생 교육을 소환하지 않을까. 겉으로는 세계 평화를 추구하려고 애쓰는 듯 보이겠지만,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즉 미국 우선주의에서는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기업가 출신 트럼프이기에 외교도 손익을 따져가면서 할 게 틀림없다. 틈만 나면 안보에 무임승차는 없다면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들고 나온다. 세계에서 가장 힘이 있는 인물이라고 하지만, 그만큼 그에게 부과되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 스트레스가 어디로 날아갈지 예측하기 힘들다.

우리 모두는 그가 '지금'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냉철하게 고민해야 한다. 트럼프는 일단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으로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해가 된다.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소추 돼 직무 정지 상태로 헌법재판소 판결을 기다리는 윤석열 대통령은 형식적으로 트럼프의 카운터파트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게 빨리 다가가 우리의 입장을 잘 설명하고 협력과 도움을 구하는 게 절실하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우리가 세계 경제나 정치에 별 영향력을 갖지 못하는 국가라면 사정이 다를 게다. 하지만 현실은 매우 다르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10대 경제 대국, 수출 강국, 5위의 군사강국이면서 K팝 등 한류를 바탕으로 세계인의 관심을 끄는 나라가 됐다. 우리 앞에는 북핵이라는 첨예한 문제가 놓여 있는데 미국으로서도 대북 관계는 소홀히 할 수 없는 최대현안 중 하나다. 우리의 발전 트렌드가 영원히 계속될까. 장담할 수 없다. 격변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그 격변은 트럼프가 조장할 것 같아 적이 걱정된다. 제아무리 우방국이라고는 하지만 계산기를 두드리며 살아온 그가 우리를 손익의 상대로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손맛이 매서운 상대방 앞에서는 먼저 펀치를 피하는 게 능사다. 그러려면 그와 미 행정부의 비전과 정책 등을 면밀히 파악해 대응해야 한다. 우호 세력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세계 각국은 이미 트럼프와 주변 인물에 대해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한 '구애(求愛)' 작전을 편 지 오래다. 일본은 아베 신조 전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이 트럼프를 만나 지지를 얻어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의 관세 대폭 인상 방침과 관련, 지난달 트럼프를 만나 논의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부부는 대선을 전후로 트럼프의 플로리다 별장을 방문해 중동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대만은 트럼프 취임식에 대규모 정부 대표단을 파견한다고 한다.

우리는 어떤가. 트럼프 당선 직후 윤 대통령이 그와 한 차례 통화한 게 전부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플로리다에서 트럼프를 만났다는 소식이 놀라울 따름이다. 정부·민간이 트럼프나 측근들을 만났다는 소식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이 순간 무엇을 해야 하나. 탄핵소추 이후 거대 야당은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는 데에 무서울 정도로 당력을 쏟고 있다. 야당이 국익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대통령 직무 정지로 권한대행이 된 한덕수 총리에게 당장 손을 내밀어 대미 외교는 어찌할 것인지, 정부 차원의 트럼프 취임식 축하 대표단에 야당 인사를 포함시킬 것인지, 트럼프 및 일가와 친분 있는 기업인들도 포함시킬 것인지 등을 의논하는 게 지금 우리에게는 더 중요하지 않을까. 마침 한 권한대행은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학위 소지자에 주미대사를 지낸 외교통이기도 하다. 그런 한 권한대행에게 여야가 힘을 보태줘야 할 때다. 탄핵소추는 헌재가 알아서 할 일이다.

세계 각국은 지금 총성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 우리라고 예외는 아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이야말로 여야정 모두가 힘을 한데 모아 트럼프가 만들어갈 새로운 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다. 우리로서는 관세나 전기차보조금 등 경제 문제뿐 아니라 대북 관계에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 문제 등 그 어느 나라보다 트럼프 행정부와 긴밀한 관계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기에 그렇다. 우리만 소외되는 것 같은 지금의 형국이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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