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통 김성환 대표 경영 성과 호평도
미래에셋·KB증권, 2·3위 경쟁 치열
김 대표가 투자은행(IB) 부문에 잔뼈가 굵은 인물인 만큼, 이번 성과는 더 유의미하게 평가되고 있다. 올해는 IB그룹장이 공백 상태였음에도 김 대표가 과거 IB그룹장으로 지냈던 경험을 바탕으로 IPO 비즈니스에 공을 들였다.
업계에선 상장 전까지 증권 유관기관들과 소통하고, 투자자를 유치하는 등 역량이 요구되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김 대표가 취임 후 주관을 따낸 기업이 아니었어도 충분히 공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프트업·더본코리아 등 대어들이 성공적으로 상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투자증권의 IPO 주관 실적은 6058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중에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이 각각 5792억원, 5499억원을 기록해 2, 3위에 머무를 전망이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까지만 해도 3837억원의 주관 실적으로 업계 2위에 그쳤다. 선두였던 미래에셋증권(4928억원)과는 약 1091억원 차이였다.
당초 시장에선 올해 IPO 왕좌를 두고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이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KB증권의 경우 3분기까지 업계 5위를 유지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7조 대어 케이뱅크 주관을 맡아 실적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공모시장 침체로 케이뱅크가 상장을 철회하면서, 이 같은 경쟁구도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으로 바뀌었다.
한국투자증권이 4분기를 거치면서 왕좌를 노릴 수 있게 된 건 대어로 평가된 더본코리아를 주관하고, 다른 기업들을 단독 주관했기 때문이다. 회사가 더본코리아 상장을 통해 쌓은 주관 실적은 612억원이며, 이는 4분기 IPO 기업 전체에서 세 번째로 큰 액수다. 이외 성우(960억원), 에이럭스(240억원), 쓰리빌리언(144억원), 엠오티(175억원), 파인메딕스(90억원) 등도 주관을 맡아 총 2221억원 주관 실적을 거둬들일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의 4분기 주관 실적은 864억원으로 추정된다. 한국투자증권의 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 기간에 5개 기업(에이치엔에스하이텍, 클로봇, 닷밀, 온코크로스, 쓰리에이로직스)에 대한 상장을 주관했는데, 이들 모두 중소형사였다. 이 중에서 인수 가격이 가장 높았던 기업은 클로봇(351억원)으로 시가총액은 약 160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 상장 철회로 순위권에서 밀린 KB증권의 경우, MNC솔루션 덕분에 주관 실적 2281억원을 달성하며 끝까지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4분기 기준으로만 봤을 때,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타사 대비 주관을 맡은 기업수가 적어 그 이상의 성과를 내진 못했다.
증권업계에선 이번 한국투자증권의 IPO 주관 실적을 두고 김성환 대표의 영향력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또 작년 말부터 대체투자 사업 부진으로 증권업계 전반에 전통 IB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성과에 더 큰 의미가 더해진다.
증권사에서 IB업무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IB 부문에서 프로페셔널한 점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김 대표가 올해 초 대표직에 선임됐기 때문에 올해 IPO 주관 건수만으로 공을 인정할 순 없겠지만, 주관사로서 금융당국·거래소와 커뮤니케이션하고, 기관 및 일반 고객들로부터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해 상장까지 끌고 간 건 분명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실제 회사의 IB그룹장 자리가 공석이었던 만큼, 김 대표가 올 한 해 직접 IB 사업에 관여했다고 알려졌다. IB 전문가로서 과거부터 쌓은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김 대표는 2016년 IB그룹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시프트업·더본코리아 같은 대형 공모주뿐 아니라 중소형 종목도 다수 상장 주관하며 많은 딜을 완료했다"며 "시장 전체적으로는 여건이 좋지 않아 상장을 미루거나 철회하는 기업도 꽤 있었지만, 그럼에도 회사가 주관으로 맡은 기업들의 경우 끝까지 IPO 일정을 잘 완주한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