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케이뱅크로선 지난 16일 상장 흥행에 실패한 엠앤씨솔루션 사례를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증권가에선 엠앤씨솔루션을 하반기 마지막 대어로 꼽으며 상장 성공 여부에 따라 내년 초 IPO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 대비 20% 이상 떨어졌습니다. 수요예측 밴드 하단보다 18% 낮춰 공모가를 책정했던 것을 감안하면 시장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든 셈입니다. 하반기 전체로 놓고봐도 분위기는 심상치가 않는데요.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의 두 배 상승)은커녕 공모가를 훨씬 밑도는 기업들이 부지기수였습니다. 공모주 44개 종목 가운데 절반 이상(24곳)이 공모가를 하회했습니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이 단 한 종목도 없었던 상반기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죠.
여기에 케이뱅크가 상장하기로 한 내년 1분기는 조 단위 대어급 기업들 기업공개가 몰려있습니다. LGCNS를 포함해 DN솔루션즈, SGI서울보증보험 등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실 케이뱅크로선 이들과 시일이 비슷하면 투심이 나눠져 상장 흥행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공모 철회나 상장 일정을 미루는 사례도 늘었습니다. 12월 IPO를 진행하던 삼양엔씨켐, 데이원컴퍼니, 모티브링크는 상장 일정을 내년 초로 변경했고, 코스닥에 상장 예정이던 아이에스티이는 상장을 철회하고 내년 4월까지 시장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결정한 배경에는 상장 주관사들이 내년 1분기나 이후로 변경할 것을 강력히 권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상장일을 미루는 기업이 더 늘어날거란 관측도 나옵니다.
중요한 건 침체 분위기가 반등할 기미가 없다는 겁니다. 탄핵 정국이란 긴 터널을 지나가야 하는 탓에 국내 증시가 당분간 힘을 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일부 해소됐다지만 탄핵 정국이 최소 3개월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투심이 언제 회복할 수 있을지 불투명합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로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은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나오게 합니다. 최 행장이 밝힌 상장 예정 시기는 내년 1월 안입니다. 그 때까지 꺼진 국내 증시가 살아나고 침체된 IPO 시장이 회복해야 하는데, 시간이 그리 넉넉지 않아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최 행장이 예정일에 맞춰 밀어붙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흥행 가능성은 적지만, 시장에 거듭 재추진 의사를 밝힌 만큼 철회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인터넷은행 업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터라 시장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재무적 투자자를 설득해 이번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 방안을 선택할거라는 겁니다. 최 행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연말이 다가올수록 최 행장의 고심은 더 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