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리그는 롤모델, 스포츠 베팅 연계한 흥행
순수한 의미의 중계권 판매, 동남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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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프로야구 인기가 높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저변이 약하다. 즐기는 나라가 제한적인 야구보다 축구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축구계 관계자들은 결론적으로 한국이 일본만큼은 안 돼도 중계권의 국제적인 판매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일본 J리그에서 실마리를 찾다
프로축구 중계권 수출은 일본프로축구 J리그처럼 축구를 단순 스포츠가 아니라 산업으로 인식하는 데서 실마리를 찾는다. 1990년대 말 인식 전환 후 점차 좋아지기 시작한 J리그는 2017년 영국 미디어 그룹 DAZN과 10년간 2100억엔(당시 환율로 약 2조1000억원)이라는 거액의 중계권 계약을 체결해 화제를 모았다. 예상 밖으로 가격이 올라갔었던 이유 중 핵심은 스포츠토토와의 연결이 있었다. 영국 DAZN은 영향력을 늘려나가고 있는 스마트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베팅을 결합했다. 단순한 중계뿐만 아니라 경기를 보면서 베팅까지 하는 시청자들을 최대한 품어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일본 J리그는 그들의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좋은 수단 중 하나였다.
다만 여기에는 선결 과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K리그도 J리그처럼 승부조작 청정지역의 이미지를 담보해야 한다. K리그는 2011년 대규모 승부조작 사태가 빚어진 바 있다. 당시 59명이 승부조작 가담 혐의로 기소됐다. 그 중 47명이 선수자격 박탈과 함께 영구제명을 당했다. 베팅과 연계된 컨텐츠 수익사업이라는 측면에서 K리그 중계권 수출이 풀어야 할 최대 과제다. 아울러 외국에서 대규모 중계권료를 믿고 투자할 만한 K리그의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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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K리그 중계권 수출은 아직 원론적인 단계다. 하지만 베팅을 뺀 순수한 의미의 중계권 판매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과 영국에서 축구 산업을 공부한 이 분야 전문가로 서울 이랜드FC 단장을 지낸 바 있는 박공원 전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사는 "산업적으로 K리그는 J리그하고 비교 대상이 안 되지만 단순히 보는 컨텐츠로 동남아시아 정도는 괜찮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전 이사는 동남아를 주목하는 배경에 대해 "지금 국내 지도자들이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말레이시아 같은 데서 성적을 냈다"며 "신태용 감독 같은 경우에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추종자들이 100만명을 넘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이사는 "동남아 선수들이 K리그로 한두 명씩 와서 뛰기도 했는데 우리가 과거 차범근을 보기 위해 독일 분데스리가를 알았던 것과 비슷하다. 결국 선수를 보기 위한 것이다. 그런 관심도가 생겼다. 이렇게 성공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한국 축구에 관한 것들도 인기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 K리그 중계권 수출이 이뤄지면 국가 브랜드 향상의 효과도 기대된다. 박 전 이사는 "산업적이나 비용적인 것 외에 파생되는 요소들을 무시 못 한다"며 "K(케이)팝 때문에 한국을 다 알 듯이 K리그가 외국에서도 잘 나가게 되면 국가 이미지에 대한 긍정 요소들도 생긴다. 덴마크 깡촌 술집에서 가수 싸이를 아는 것과 같은 이미지 제고이다. 지금 프로축구 시장이 어쨌든 작으니까 수치적으로는 얼마 못 받더라도 시작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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