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변수 맞서 '플랜B·C' 대비책 고심
일각선 "한 단계 도약, 기회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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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후폭풍' 노출된 현지진출 기업들 '플랜B·C' 가동
26일 경제계에선 트럼프 당선인의 거침없는 관세 예고발언이 쏟아져 나오자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느라 분주했다. 향후 한국에 대해서도 역대 최대 수준인 대미무역 흑자 조정 압박을 가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을 높여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 우리 수출전선에 파편이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장 관세 후폭풍 지역에 놓인 삼성전자와 LG전자, 포스코 등 멕시코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어느 정도 예상된 트럼프식 관세 정책"이라고 보면서도 더 강력한 추가 정책이나 돌발변수가 튀어나올 상황까지 대비하며 생산기지를 다각화하는 등 '플랜B와 플랜C'까지 가동하고 있다.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우려로 우리 경제의 성장과 수출시장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국책연구원인 산업연구원(KIET)은 '2025년 경제·산업 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하항 조정하며 "미국이 보편적 관세(10∼20%)를 강행하면 대미 수출이 8.4∼14.0% 급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되면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 달러(약 63조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지난해 444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올해 1~10월 443억 달러로 최대 기록 경신이 유력한 상황이다. 커진 무역 흑자규모만큼 한국 수출시장이 트럼프 행정부가 떨어트릴 관세 폭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한국의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1%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전망치를 2.0%까지 낮췄고, JP모건·씨티·바클레이즈는 1.8%를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하며 "수출 약화는 이미 올해 하반기 시작됐고, 투자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한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韓 '반사이익' 얻을 수도…"산업별 공급망 전략 마련해야"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일으킬 무역전쟁의 파고가 한국에 반사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함께 나온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아시아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전략 물품'의 비중이 감소하면 한국산 물품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애덤 포즌 소장은 이날 한국경제인협회와 공동 주최한 '격랑의 트럼프 2기와 한국의 생존 해법' 콘퍼런스에서 "미국 관세 정책의 핵심 타깃은 중국과 멕시코"라면서 "다른 국가에는 협상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미 간에는 관세 특혜를 적용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있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관세를 조정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포즌 소장은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2.0%로 전망하면서 "기본적으로 미국의 경제성장은 한국 경제에 긍정적 요인"이라며 "트럼프 2.0 시대에는 한국이 대미 직접투자를 확대하고,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 '미국 요새' 안으로 들어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여한구 PIIE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여러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우리 기업들이 수출·투자 병행체제로의 구조 전환 등 체질 개선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식 보편관세가 도입되면 한국의 대미 수출이 최대 158억 달러(13.6%)까지 감소할 수 있다"면서 "미국의 공급망 대체가 어려운 방산, 조선, 원자력 등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 산업별 공급망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