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허구연처럼 발로 뛰겠다” 포부
동행ㆍ공정ㆍ균형ㆍ투명ㆍ육성 등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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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전 이사장은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가 축구협회의 환골탈태를 바라지만 거대한 장벽 앞에서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며 "나는 방관자로 남지 않기로 했다. 야구의 허구연 총재 못지않게 해낼 자신이 있다. 발로 뛰면서 반드시 만들어 내겠단 각오를 갖고 있다"고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동행·공정·균형·투명·육성을 차별화 키워드로 제시한 허 전 이사장은 "만약 협회장이 된다면 정말 공정하고 투명한 협회를 만들고 앞으로 대한민국 축구가 세계를 향해 나갈 수 있는 기초를 만들겠다"며 "바꿀 건 확실하게 바꾸고 키울 건 확실하게 키워서 협회다운 협회, 축구 다운 축구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과거 축구협회 부회장으로 정몽규 회장과 같이 일한 바 있는 허 전 이사장은 31년 동안 현대가가 이끌어온 한국 축구 최고 자리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이에 대해 일부 축구인들은 반발감을 드러내고 있다. 허 전 이사장은 "많이 들었고 지금까지 많이 들려오고 있으며 감히라는 이야기도 들린다"면서도 "의외로 두려움이 없다. 도전하는 이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책도 냈었다. 나는 도전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4선에 나서면 같이 경쟁하게 될 정몽규 회장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성실하고 축구에 열정을 가진 분"이라면서도 "하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내가 협회에 있는 기간 내가 느꼈던 점은 '의사 결정 자체가 참 안 된다'였다. 축구협회의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운영 체계는 급기야 시스템의 붕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기업 총수님들이 회장을 하시면서 기부도 하고 찬조도 하셨지만 대규모 금액을 선뜻 내놓은 기억은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제는 축구도 대기업에 기대지 않고 축구인이 주인이 되는 시대를 맞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지성과 이영표 등 젊은 축구인들의 행정 가세에도 열린 입장을 드러냈다. 허 전 이사장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며 "그런 인재들이 앞으로 대한민국 축구를 더욱더 발전시켜나가야 된다고 본다"고 지지했다. 허 전 이사장은 끝으로 "대표팀 감독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박지성을 발탁했을 때는 바둑을 두면서 뽑았다는 어이없는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며 "이제는 16강이 아닌 8강, 4강으로 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게 내 꿈이다. 많이 도와주고 응원해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선수 시절 국가대표 공격수로 맹위를 떨친 허 전 이사장은 1980년대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에서 뛰며 유럽 무대를 경험했다. 은퇴 후 지도자로 프로팀과 국가대표팀을 두루 이끌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 한국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이후 행정가로 변신해 2013∼2014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맡았고 2015∼2019년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를 거쳐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을 역임했다.
허 전 이사장이 공식적으로 처음 출사표를 낸 차기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12월 25일부터 사흘간 후보자 등록이 진행된다. 선거는 내년 1월 8일이고 이후 1월 22일 정기총회부터 새 회장의 임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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