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초 등지에선 3개월 새 월셋값 2배 뛰기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 점차 커져
당분간 월셋값 강보합세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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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 영향으로 주택 매매·전세 대출 문턱이 높아진 데다, 보증금 미반환 등 전세사기 여파에 따른 전세 기피 심리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이렇다 보니 전세에서 월세로 세입자가 몰리는 이른바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시세 조사 기관별 10월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가 나란히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부동산R114 150.29 △KB국민은행 117.96 △한국부동산원 103.85 등이다. 부동산R114는 2002년 이후, KB국민은행과 한국부동산원은 2015년 각각 조사를 시작한 이후 기준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단지 곳곳에선 월셋값이 가파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서초구 서초동 삼풍아파트 전용면적 79㎡형은 지난 8일 보증금 5억원에 월세 150만원(3층)에 거래됐다. 지난 7월 22일 같은 평형이 보증금 5억원, 월세 75만원에 월세입자를 구한 것과 비교하면 3개월 남짓 만에 월셋값이 2배 뛴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형도 지난달 5일 보증금 5억원, 월 175만원에 계약이 체결됐었다. 지난 7월(월세 90만원)과 견주면 3개월 만에 약 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 7단지 전용 101㎡형 역시 지난 15일 보증금 1억원, 월세 350만원에 새 세입자를 구했는데, 지난 8월 13일 거래시세(보증금 1억원, 월세 300만원)보다 월셋값이 50만원 올랐다.
월세가 1000만원이 넘는 초고가 거래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서울에서 1000만원이 넘는 월세 거래는 총 142건으로 집계됐다. 2000만원 넘는 월세 거래도 15건에 달한다.
업계에선 월셋값 강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 대출 규제를 꼽는다. 일부 시중은행은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금리도 높인 데다, 이른바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을 중단한 상태다. 목동 한 공인중개사는 "올해 들어 전셋값이 많이 오른 데다 전세 대출까지 막히니 어쩔 수 없이 월셋집이라도 구하겠다는 수요가 부쩍 많아졌다"고 전했다.
전세사기 여파로 임차 수요가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에서 아파트로 이동하고 있는데다, 보증금 반환에 대한 불안감에 전세를 기피하는 현상도 아파트 월세 강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실수요자에 대한 전세 대출 규제를 완화해 전세에서 월세로의 쏠림 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8월 39.02%, 9월 42.64%, 10월 40.61%, 11월 43.80% 등으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김선주 경기대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는 "주택 임대차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서민 주거 불안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월세시장 안정을 도모하려면 전세대출 규제 정책을 장기간 끌고 가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