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플라자 홍대점 매출 30% 향상
신성장동력 발굴·수익 강화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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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업들이 쓰러질 때 도약한 기업들도 존재했다. 애경그룹도 마찬가지다. 위기 속 기회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경기 불황에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전략통을 수장에 앉히는 승부수를 띄웠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고준 AK플라자 대표이사를 신임 AK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대표이사 임명일자는 다음 달 1일, 임원 선임 및 승진 발령일자는 내년 1월 1일이다.
애경그룹이 고 대표를 AK홀딩스 대표로 발령 낸 데는 그룹 내 전략통으로 불리는 그의 역량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1973년생인 고 대표는 연세대학교에서 화학공학 학사, 카이스트대학교에서 화학공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베이앤드컴퍼니에서 컨설턴트 이력을 쌓았다. 이공계 정통 엘리트 코스에 컨설팅 역량까지 더해지면서 숫자에 강하고, 기업 분석 및 마케팅 전략 수립 등에도 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애경그룹과는 2018년 지주사 AK홀딩스의 인사팀장 겸 경영개선팀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인연을 맺었으며, 2021년 AK플라자 대표 자리에 올랐다. 특히 AK플라자를 이끌 당시 1020세대 유동 인구가 많은 홍대점에 변화를 줘 수익성 개선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인 경영 성과로는 홍대점 5층에 원피스 애니메이션 전문점 '플레이원피스'와 중고 피규어 판매점 '리펀샵', 굿즈 랜덤 구매숍 '제일복권샵' 등을 입점시켜 새로운 시도에 나선 것이 꼽힌다. 매장 한 층을 키덜트(키드+어덜트) 전문 특화층으로 꾸민 덕분에, 국내 애니메이션 팬들과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성과로도 이어졌다. 2019년 340억원이던 점포 매출은 지난해 700억원으로 4년 만에 2배 이상 뛰었으며, 지난해 홍대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나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들어서면서 명품이 빠져나간 분당점에는 1층에 스타벅스·쉐이크쉑 등 인기 식음료 매장을 입점시키거나, 올드타운이라는 지역상권 특색에 맞는 리뉴얼로 돌파구를 찾았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선 고 대표가 AK홀딩스의 분위기 쇄신을 위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는 시각이 크다. AK홀딩스는 2021년 1657억원, 2022년 21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다가 지난해 279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제 새롭게 지휘봉을 잡게 된 고 대표는 적자를 막 벗어난 AK홀딩스의 실적에 탄력을 붙여줘야 한다는 과제를 부여받게 됐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는 석유화학 업황의 더딘 회복과 백화점 부문의 부진을 메꿀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나서야 한다.
이공계, 특히 전략통을 수장으로 내세운 것은 그만큼 실적 개선이 절실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