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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밤 필리핀 동부 섬 카탄두아네스주에 상륙한 만이는 이날 필리핀 북부 루손섬을 강타했다.
최대 순간 풍속 시속 240㎞의 엄청난 강풍을 동반한 만이로 인해 카탄두아네스주 등지의 수많은 주택과 학교 등 건물들이 부서져 폐허가 됐다. 태풍으로 인한 사상자에 대한 보고는 아직까지 없지만 당국은 "만이의 경로에 있는 지역에서 '잠재적으로 재앙적이고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탄두아네스주 재난 대응 당국자인 로베르토 몬테롤라는 AP에 "비는 아주 적었지만, 바람은 매우 강해 섬뜩한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났다"면서 "바닷가 주택 근처에서 조수 해일이 7m 이상 치솟아 정말 무섭게 보였다"고 말했다.
카탄두아네스주에선 태풍으로 수많은 나무와 전신주가 쓰러져 주 전역의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지난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극복하기도 전에 또 다시 태풍이 덮치며 피해는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필리핀 당국은 슈퍼태풍 만이의 상륙에 앞서 카탄두아네스주를 비롯해 태풍의 예상 경로에 있는 주민 백만 명 이상을 대피시켰다. 국제 공항 최소 2곳과 국내선 공항 26곳도 일시적으로 폐쇄됐고 수많은 섬 사이를 잇는 페리들도 운항을 중단해 승객 수천명 이상의 발이 묶였다.
기상 당국은 만이가 향후 24시간 동안 루손섬의 마닐라 등지를 지나면서 약 200㎜ 이상의 폭우를 쏟아부어 곳곳에서 홍수와 산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예보했다.
지난달 하순부터 태풍 '짜미'를 시작으로 '콩레이'·'인싱'·'도라지'·'우사기' 등이 잇따라 필리핀을 덮쳤다. 만이는 최근 약 한달 동안 필리핀을 강타한 6번째 태풍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필리핀을 강타한 연이은 폭풍과 태풍으로 160명 이상이 사망하고 900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 주거지역과 인프라는 물론 농경지에도 엄청난 피해를 입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도 긴급회의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서태평양에서 인싱·도라지·우사기·만이 등 4개의 태풍이 동시에 활동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일본 기상청 역시 이 지역에서 태풍 4개가 동시에 활동한 것은 7년 만에 처음이며, 11월 기준으로는 1951년 통계 작성 이후 최초라고 밝혔다.
필리핀은 세계에서 가장 재해에 취약한 나라로 꼽힌다. 매년 약 20개의 태풍·폭풍에 시달리고 지진도 잦은데다 12개 이상의 활화산이 있는 나라다. 하지만 이번처럼 짧은 기간에 수 차례의 태풍 피해를 입은 것은 기후 변화의 영향이란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의 여파로 태풍·폭염 같은 기후 현상이 "갈수록 더욱 잦아지고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고 경고하며 "동남아시아는 세계에서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 중 하나"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