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취소 무기로 무리한 요구 논란
"울며 겨자먹기 수용…답답할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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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간 재건축을 준비하던 조합 입장에선 낭패일 수밖에 없다. 사업 취소만은 막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서울시의 공공기여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난색을 표하는 조합들이 적지 않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사업시행자인 한국자신신탁과 함께 데이케어센터를 기부채납 시설 목록에 담아 정비계획안을 마련했다. 정비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데이케어센터는 지상 4층, 연면적 2332.2㎡ 규모로 조성된다.
용적률 최대 400%, 최고 층수 65층 건립 등의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조합이 서울시의 데이케어센터 등 공공기여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당초 재건축 조합은 데이케어센터를 연면적 300㎡ 규모로 조성하려 했지만, 서울시는 단지 규모 대비 센터 면적을 더 키워야 한다는 입장을 조합 측에 건넸다.
한국자산신탁 관계자는 "서울시, 영등포구와 협의를 통해 공공기여 시설 면적을 조정했다"며 "데이케어센터 등 노인 커뮤니티 시설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더욱 확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서울시가 '사업 취소'를 무기로 조합 측에 무언의 압박을 가한 결과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달 신통기획 사업지에 단계별 처리기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이 같은 조합의 결정이 나왔다는 점에서다. 지난달 서울시는 신통기획이 진행 중인 후보지들을 사업 단계별로 평가해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사업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2021년 말 신통기획 재건축 후보지로 선정됐지만, 빠르게 재건축이 진행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최근 1년간 사업이 정비계획안 확정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데이케어센터 면적 확대를 반대하는 주민과 서울시의 '줄다리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서울시가 사업 취소 방침을 공식화하자 조합도 어쩔 수 없이 이를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공기여를 놓고 서울시와 협의를 진행 중인 다른 후보지들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신통기획 절차가 취소된다면, 사업이 일반 재건축으로 전환되고 신통기획 인센티브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정비구역 지정 절차도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신통기획 후보지로 지정된 강남구 압구정3구역의 경우 공공 보행로를 두고 서울시와 주민들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강남구 대치미도아파트도 저류조 공공기여로 일부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 신통기획 후보지 주민은 "신통기획은 서울시가 공공지원을 통해 재건축을 돕겠다고 해 주민들의 동의를 바탕으로 진행했던 것인데, 이제는 사업 지연을 무기로 과도한 공공기여를 요구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사업을 위해 들인 시간이 있는데 서울시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방법이 없는 것 같아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