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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의 힘] ‘셀 퍼스트’ 전략 정중동… 시스템반도체 1위 시계추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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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승인 : 2024. 09. 10. 18:16

용인 반도체 산단 내년 조기 착공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추진
삼성 파운드리 요충지 도약 기대
기흥·화성·평택 등 생단단지 연계
세계 최대 메가클러스터 완성 계획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라는 목표를 제시한 지 5년, 목표 달성을 위한 준비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1993년 메모리 분야 세계 1위에 오른 삼성이 30년 가까이 이 분야 선두를 지킬 수 있었던 핵심은 '셀 퍼스트' 전략이다. 제조시설을 먼저 지은 후 주문을 받는 방식이다. 삼성은 이 철학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도 녹여 1등 자리를 노리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 요충지로 거듭날 미래 생산 거점은 내년 첫 삽을 뜬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국토교통부가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2025년 착공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긴 것이다. 이곳은 삼성전자가 향후 20년간 360조원을 투입해 경기도 용인시 남사읍에 마련하기로 한 710만㎡(제곱미터) 대규모 산업단지다. 기존 기흥, 화성, 평택 반도체 생산단지 등을 연계한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완성할 계획이다.

기술 패권을 앞다투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1년은 의미가 남다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제적으로 케파(생산능력)를 확보해 우위를 유지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가 정부에 용인 국가산단 조기 착공을 거듭 요구해 왔던 배경이다. 정부는 이 사업의 전체 기간을 기존 7년에서 5년으로 3분의 1 줄이는 등 신속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대책을 꾸준히 마련해 왔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 사업단장은 "반도체 산업은 먼저 하는 사람이 돈을 벌고, 나중에 따라오면 돈을 못 버는 구조"라며 "셀 퍼스트 철학을 가진 삼성전자가 메모리 시장에서 30년 동안 1등을 이어갈 수 있던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지속해서 가격이 떨어지는 반도체의 특성상 후속 업체는 선두 업체보다 제품을 저렴하게 팔아도 적자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는 파운드리를 골자로 한 시스템 반도체 1위 추격에 방점이 찍혀있다. 2017년 공식 출범해 올해로 8년 차인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이 업계 선두인 TSMC를 앞서기 위해선 양사 간 벌어져 있는 30년의 업력을 속도감 있게 쫓아야 하는 셈이다. 1987년 대만 국가개발기금의 투자와 네덜란드 필립스의 기술 출자에 힘입어 탄생한 TSMC의 파운드리 독주 체제는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이들 기업의 점유율 차이는 50% 이상 벌어져 있다.

삼성전자와 TSMC의 점유율 격차는 생산능력의 차이다. TSMC는 2000년대 개발해 둔 레거시(구형) 공정 라인을 현재까지도 이어오며 기존 점유율을 유지하는 한편, 첨단 공정 라인 확충에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독일 드레스덴에서 유럽 첫 생산 공장을 착공한 데 이어 대만에서는 타사 공장을 인수했다. 현재 건설 중인 미국 애리조나주 팹에는 기존 두 개 공장 외에 3번째 생산 공장을 추가 건설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TSMC는 특히 내년 패키징 생산능력을 최대 70~80% 늘릴 계획이다. 패키징은 로직·메모리·센서 등 다양한 칩 여러 개를 쌓고 묶어 성능을 높이는 후공정 기술로, 최근 파운드리 업체 간 경쟁력을 좌우하는 지표로 여겨지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61%를 점유하는 TSMC가 패키징 기술 분야 강자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OSAT(반도체 패키지·테스트)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4.3%에 그쳤다. 1위는 46.2%를 차지한 대만이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전경. /제공=삼성전자
전문가들은 용인 국가산단이 삼성전자의 패키징 능력을 제고할 발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5개와 함께 들어서는 국내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등 최대 150개 사가 생태계를 형성할 것이란 기대다.

김형준 사업단장은 "패키징은 반도체 기업과 소부장 업체가 긴밀하게 협력해 생태계를 꾸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투자는 삼성전자가 (패키징을 잘하는) TSMC를 롤모델로 삼고 비슷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개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이번 기회로 패키징 능력을 획기적으로 늘린다면 시스템 반도체 1위 선언도 불가능한 목표만은 아니라는 게 업계 시선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가 TSMC에 뒤처지는 가장 큰 요인은 국내 반도체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생태계가 갖춰진다면 삼성이 TSMC를 따라잡을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패키징 공정 등 일련의 턴키 개념 강점을 내세워 고객에게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사업단장은 "일반산단인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국가산단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나라에서 미국 중국 유럽 등 외국처럼 반도체 보조금은 주지 못하더라도, 용수와 전력 등 인프라라도 하루빨리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터를 닦아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용인 국가산단은 국가 경쟁력을 위해 속도를 내야 하는 사업이며, 정부의 발 빠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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