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검출 여부 미리 판단할 수 있어
"오히려 마약 접근성 높인다" 지적
전문가 "불법 아니지만 악용 소지 有"
10일 국내 주요 포털에서 '마약 진단키트'라고 키워드를 검색하면 5만원 이하의 다소 저렴한 것부터 10만원 이상의 고가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확인할 수 있다.
제품 설명란에는 해당 진단키트를 사용하면 일반적인 마약은 물론, 이른바 '물뽕'으로 불리는 'GHB·감마하이드록시낙산', 그리고 엑스터시 등 각종 마약의 검출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검사 방법도 소변이나 머리카락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에는 GHB를 이용한 성범죄 위험성이 높아짐에 따라 현장에서 곧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가 개발되기도 했다.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술집이나 클럽 등에서 의도치 않게 GHB에 노출돼 기억을 잃었다는 증언이 적지 않다.
|
최근 텔레그램의 한 단체채팅방에서는 현재 경찰이 실제 사용 중이라는 간이 검사기를 개당 15만원에 판매한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이 단체채팅방에서는 미리 검사해보고 음성이 나올 때까지 수사기관 출석을 미루면 된다는 조언을 덧붙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이 사용 중인 진단키트는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이 아니라서 실제 거래가 이뤄질 경우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불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마약 진단키트 사용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악용 소지는 다분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마치 음주측정기계를 들고 다니는 사람과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음주운전을 피하기 위해 음주측정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음주운전을 오히려 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라며 "다만 마약을 검출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겠다는 착각 때문에 마약을 더 많이 접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마약은 음주운전과 달리 일정 기준 이상이 아니라 복용 그 자체로 처벌을 받는다는 점을 반드시 상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