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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협회장, 횡령ㆍ배임 혐의 피하기 힘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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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승인 : 2024. 09. 10. 12:05

문체부, 10일 중간 조사 브리핑
안세영 희망한 스폰서 등 해결
협회 횡령ㆍ배임 혐의 지적도
[포토]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 관련 중간 발표하는 이정우 국장
아시아투데이 박성일 기자 = 이정우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 관련 중간 발표를 하고 있다.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22)의 작심발언 뒤 후폭풍에 휩싸였던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부정행위가 정부 조사로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선수들과 면담 하에 스폰서 문제 개선 및 국가대표가 아닌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협회 규정의 폐지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문체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배드민턴협회 중간 조사 브리핑을 통해 배드민턴협회 운영 방식과 후원 제도 등에 걸쳐 여러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브리핑에 나선 이정우 문체부 체육국장은 "국가대표 선수단 48명 중 현재까지 22명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선수단 모두 라켓과 신발 등 경기력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용품은 본인이 원하는 용품을 사용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협회가 개인 후원을 과도하게 제한하면서도 후원사로부터 받은 보너스를 선수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정황을 꼬집었다. 협회 규정은 "국가대표 자격으로 훈련 및 대회 참가 시 협회가 지정한 경기복 및 경기 용품을 사용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라켓, 신발처럼 경기력에 직결되는 용품까지 후원사 물품 사용을 예외 없이 강제하는 경우는 올림픽·아시안게임 종목 가운데 배드민턴과 복싱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체부는 "작년 2월 협회 이사회에서 신발은 제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개진됐으나 회장이 반대해 현행대로 결정됐다"며 "경기력과 직결되는 용품은 선수의 결정권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신속한 개선을 위해 협회 후원사와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을 시 후원사가 협회에 지급한 보너스가 선수에게까지 잘 전달됐는지 여부도 살펴본다. 국가대표 선수단은 해당 (보너스) 계약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고 2019년 후원사 변경 후에는 보너스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라고 문체부는 지적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A사가 후원사였던 2018년까지는 후원사가 선수단에 직접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식이었지만 B사로 바뀐 현재는 협회가 지급받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최대한도도 기존엔 없었으나 현재는 연 15만 달러다. 문체부는 전체 후원금의 20%를 선수단에 배분하는 규정이 2021년 6월 삭제된 것에 대해서는 "협회가 선수단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았다. 경위와 해당 예산의 사용처를 파악할 것"이라고 했다. 또 선수가 유니폼에 개인 후원사 로고를 1개 노출할 수 있지만 협회가 로고 노출 허용량(5개)을 모두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불가능한 점도 새롭게 드러났다.
아울러 배드민턴 비(非)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대한배드민턴협회 규정의 폐지를 추진하며 국가대표의 복종을 규정한 협회 규정에 대해서도 폐지를 권고했다. 문체부는 국제대회 출전 제한 규정을 비롯해 국가대표 임무 규정과 선발 방식, 실업선수 연봉 계약 등에 걸쳐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협회 규정은 비국가대표 선수에 대해 국가대표 활동 기간(5년), 연령(여자 27세, 남자 28세) 등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만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승인 국제대회에 나갈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국내 올림픽·아시안게임 종목(44개) 가운데 비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경우는 배드민턴이 유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체부는 "미국, 일본, 덴마크, 프랑스에도 제한이 없고 국가대표 선수단 대다수는 폐지 또는 완화를 희망한다"며 "직업행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만큼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안세영이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 직후 문제를 삼았던 핵심 두 가지 사안인 개인 스폰서 문제와 개인자격 국제대회 출전의 길이 열리게 됐다. 앞서 안세영은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것은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싶다"며 해당 규정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문체부는 배드민턴협회가 2023년 2개 대회를 위해 후원사에 물품을 구입하면서 회장과 공모사업추진위원장 주도로 후원사에 요구해 구두로 후원 물품 지급 계약을 체결하는 이른바 페이백을 받았다고 공개하며 김택규 배드민턴협회 회장에 대해서는 횡령·배임 가능성을 거론했다. 협회는 지난해 정부 지원 사업으로 셔틀콕 등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구두 계약을 통해 약 1억5000만원 규모의 후원 물품을 페이백으로 받았다. 올해에는 1억4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받기로 서면 계약한 상황이다. 문체부는 협회가 이렇게 받은 후원 물품을 공식 절차 없이 배부했다며 "작년에는 공모사업추진위원장이 지역별 물량을 임의로 배정하면서 위원장 소속인 태안군배드민턴협회로 4000만원 상당의 용품이 배분됐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2022∼2024년 후원사와 수의계약으로 총 26억원 상당 용품을 구매한 점도 보조금법 위반이라고 봤다. 협회 감사가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회계법인에 장부 작성·세무 조정 명목으로 약 1600만원을 지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문체부는 "국고보조금 운영관리 지침은 임직원이 운영하는 업체와 거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보조금법 위반행위에 대해 교부 결정 취소, 보조금 반환 명령, 제재부가금 부과 등 처분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 국장은 "문체부가 현재까지 파악된 상황만으로도 회장의 횡령과 배임 혐의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뿐만 아니라 문체부는 협회 일부 임원들이 정관과 행동강령에 위반되는 성공 보수를 받아온 점도 꼬집으면서 방만 운영과 불요불급한 수당 여부에 대해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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