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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과일값 내려 그나마 다행인데… 금배추·금조기에 ‘화들짝’

[르포] 과일값 내려 그나마 다행인데… 금배추·금조기에 ‘화들짝’

기사승인 2024. 09. 0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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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앞 마트·시장 가보니
정부 대책에 사과·배 '큰 폭 하락'
육류 한우·닭고기도 가격 안정세
역대급 폭염으로 배추·무 등 '껑충'
어획량 급감 수산물 가격 치솟아
[포토] 전통시장서 제수용품 준비하는 시민들
추석 연휴를 앞둔 8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제수용품을 구입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추석 연휴를 일주일 가량 앞둔 8일 서울 여의도의 한 대형마트엔 이른 아침부터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매장이 활기를 띠었다. 마트 곳곳에선 한 손에는 커다란 장바구니를 들고, 다른 손으로 가격표를 확인하며 고민하는 고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과일 코너는 손님들로 붐볐다. 매장 곳곳에서는 "이거 얼마예요?" "작년보다 싸네"라는 대화가 오갔고, 사과와 배를 고르는 주부들의 손길은 바빴다. 반면 채소와 수산물 앞에서는 가격표를 보며 망설이는 고객들이 많았다.

정부가 집중 관리하는 추석 20대 성수품 중 과일 가격이 올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해엔 작황 악화로 공급이 줄며 사과와 배 가격이 급등했지만, 올해는 작황이 좋아 출하가 본격화하면서 가격이 안정세를 보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사과(홍로·상품) 중도매가격은 10㎏당 7만7980원으로 지난해보다 4.2% 내렸고, 배(신고·상품) 역시 15㎏당 6만4760원으로 8.3% 하락했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사과 가격은 20% 이상 내렸고 배도 작년보다 저렴해졌다. 대형마트의 경우 사전에 대량으로 물량을 확보하고 '대한민국 농할쿠폰'을 적용해 최대 30%의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육류코너에서도 소비자들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한우 도매가격은 1㎏당 1만8379원으로 작년보다 4.5% 하락했다. 닭고기 가격도 22.4% 내렸다. 50대 주부 최모씨는 "가족들이 고기를 좋아하는데 지난해보다 고기 가격이 내려, 올해는 넉넉하게 준비할 생각"이라며 "명절 장보기는 항상 큰 부담인데 한우 가격이라도 내려가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채소와 수산물 코너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폭염 여파로 배추와 무 가격이 급등하자, 손님들은 가격표를 보고 주저했다. 배추와 무 가격이 작년 추석 때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배추(상품) 중도매가격은 10㎏에 2만7820원으로 작년보다 94.6%나 올랐고, 무(상품)도 20㎏에 2만8800원으로 58.6% 상승했다. 제수에 오를 시금치도 무더위로 작황이 부진해 물량수급에 어려움이 발생하면서 한단(200g)에 평균 1만3280원으로 전주보다 61.8% 올랐다.

배추를 고르던 60대 주부 이모씨는 "배추가 너무 비싸서 적게 골랐다"며 "명절엔 배추김치는 꼭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비싸니 부담"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산물 가격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기와 오징어의 경우 수온 상승으로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조기 소매가격은 한 마리에 1797원으로 작년보다 33.3% 올랐고, 오징어 중도매가격도 1㎏당 1만4240원으로 33.4%나 뛰었다.

수산물 코너에서 조기를 살피던 50대 남성 박모씨는 "조기가 이렇게 비쌀 줄 몰랐다"며 "명절에 조기가 빠질 수 없어서 사긴 하는데, 예전만큼 못 살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조기는 중국산이 대량 판매되고 있으며, 국내산 명태는 2019년 포획이 금지된 후로 주로 러시아산이 유통되고 있다.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물가 안정을 위해 배추, 무, 사과 등 주요 성수품 20종을 총 17t 추가 공급하고, 유통업체와 협력해 최대 60% 할인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소비자들은 정부의 이 같은 대책에도 여전히 '물가가 비싸다'는 반응만 내놓고 있다. 이모씨(57)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대책 발표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는 물가가 여전히 비싸다고 느껴진다"며 "명절이라 필요한 물건을 최소한으로 사겠지만, 예전처럼 넉넉히 사기는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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