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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노무직에 내몰리는 ‘3H 어르신’

단순 노무직에 내몰리는 ‘3H 어르신’

기사승인 2024. 09. 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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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싶은 노인들
韓 노인 10명 중 4명 빈곤 '세계 최고'
고학력·고소득일수록 수입 급격 감소
"연금개혁·일자리 확충 함께 이뤄져야"
고학력과 경력을 갖춘 근로자들이 은퇴 후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현실이 노인 빈곤 문제를 심화시키면서 연금 개혁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후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연금개혁과 함께 양질의 노인 일자리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송모씨(71)는 10년 전 대기업에서 정년퇴직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억대 연봉을 받았지만, 은퇴 후 월 200만원 남짓한 연금으로 생활은 빠듯했다. 퇴직금도 빠르게 소진되자 다시 일자리를 구했지만, 그에게 주어진 일자리는 환경 미화 같은 단순 노무직뿐이었다. 그는 "은퇴 후 5년 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이제는 단순 노무직이라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고학력과 경력이 있어도 안정적인 일자리는 찾기 어렵고, 젊은 층만 선호하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개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3'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4%로 일본(20.0%), 호주(22.6%), 미국(22.8%), 프랑스(4.4%) 등 주요 국가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높은 빈곤율은 노인들이 오랫동안 노동시장에 머물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특히 고학력·고소득자일수록 은퇴 후 큰 폭의 소득 감소를 겪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오태희·이장연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가 연구한 '우리나라 고령자의 은퇴 이후 소득절벽 효과 분석'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자 월 평균 소득이 58세에는 평균 311만원에 이르렀지만, 10년 뒤인 68세에는 180만원으로 약 42%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는 '연령 증가에 따른 노화(49%)'와 '주된 일자리에서의 은퇴(40%)'가 꼽혔다.

이런 상황에서 고학력·건강·근로 의욕이 높은 이른바 '3H 노인'들이 증가하고 있어 노인 일자리 문제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노인의 교육 수준 조사에서 고학력자의 비중은 2008년 17.2%에서 2020년 34.3%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무학력자의 비중은 같은 기간 33%에서 10.6%로 크게 감소했다. 이는 고학력 노인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준다.

결국 연금 개혁과 양질의 일자리 보장이 동시에 이뤄져야 노인 빈곤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소정 남서울대학교 휴먼케어학과 교수는 "현재 노인 일자리 대부분이 소득 절벽을 메우기 위한 공익형 일자리에 한정되어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연금 수급 연령이 늦어지면서 소득 절벽 문제가 더 심화될 수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정년 연장과 노동 시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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