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당국이 급증하는 가계대출 관리에 목소리를 높이자, 은행들은 일제히 대출 한도를 옥죄고 있습니다.
그동안 5대 시중은행 등 은행권은 가계대출 관리 차원에서 7월부터 일제히 금리 인상으로 대출 수요 억제에 나서왔습니다.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를 높게는 1.4%포인트가량 끌어올린 은행도 있었죠.
하지만 수요를 억누르지는 못했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주택 매입 수요가 커진 데다, 전세사기로 인해 전세 매물로 크게 줄자 이자비용이 늘더라도 '차라리 집을 사자'라는 소비자들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4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던 가계대출은 점차 증가폭도 커졌죠. 이러한 현상에 은행들이 대출 관리 명목으로 금리를 올려 곳간만 채우고 있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이를 본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일부 은행이 금리 인상 등 손쉬운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금리인상보다는 다주택자 대출 및 갭투자 관리 강화 등을 통해 미리 판단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금리가 아니라 한도를 줄이는 방법으로 관리하라는 요구였죠.
주요 은행들은 50년으로 늘렸던 주담대 만기를 다시 30년으로 줄이고, 주담대 보증보험 상품인 MCI와 MCG 가입을 중단하는 등 대출 한도 자체를 줄여나갔습니다. 특히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도 차단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갈 수 있는 대출은 최대한 줄여보겠다는 의도죠.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계대출은 우리경제의 오랜 뇌관이었습니다. 하지만 은행들이 대출 한도를 옥죄는 과정에서 분명 피해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녀 계획으로 집을 넓혀가려는 계획을 세웠거나, 지금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사실 투기성 부동산 매매와 실제 수요를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이에 가계대출 관리 실패에 대한 피해를 실수요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습니다. 보금자리론 등 정책자금을 이용할 수도 없는 맞벌이부부는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부담에도 은행 대출을 이용하려고 했지만, 이젠 이마저도 어려워졌습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대응과 관련해 실수요자의 '대출절벽'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소비자도, 은행도 없습니다. 가계대출에 대한 반복되는 관리 문제, 이제는 금융당국도 은행도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