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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패싱·거짓해명 논란… 이복현 금감원장 “우리금융, 앞뒤 안 맞아”

금감원 패싱·거짓해명 논란… 이복현 금감원장 “우리금융, 앞뒤 안 맞아”

기사승인 2024. 08. 2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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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대출 관련자 경찰 고소직후
언론엔 '단순 여신 심사소홀' 탓
중대사안 인정하면서 거짓 해명
2회 조사에도 고의적 보고 누락
금융사고 처리 방식 놓고 실망
금감원장, 우리금융 신뢰도 바닥
"앞뒤가 맞지 않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임원회의에서 우리은행의 부정대출 관련 해명자료를 보고 내놓은 발언이다.

이 원장은 우리은행이 350억원 규모의 부정대출 정황을 파악하고도 보고를 누락하고, 금감원의 검사 결과가 나온 뒤에야 경찰에 고소 조치를 하는 등 금융사고 처리 방식을 놓고 대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 원장은 지난 20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우리금융그룹의 행태를 두고 "신뢰가 없다"면서 질타했는데, 이 배경에 우리은행의 '금감원 패싱'과 '거짓 해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350억원 부정대출 관련 우리금융 측이 당국에 고의적으로 보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특히 금감원이 언론을 상대로 부정대출 검사결과 보도자료를 뿌리자, 부랴부랴 영등포경찰서에 관련자들을 고소한 점도 주목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금감원에 '단순 여신심사 소홀'로 판단해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과 달리, 경찰에 고소했다는 점은 사실상 '중대사안'이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관련자들을 경찰에 고소한 뒤, 기자들에게 '단순 여신 심사 소홀로 알고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를 마쳤다는 반박자료를 냈다.

사문서 위조와 배임 등 중대사안으로 경찰에 고소는 했지만, 해명자료에는 '단순 여신 심사 소홀'이라고 자료를 낸 점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우리은행은 자체검사를 두 차례나 실시하면서도, 금감원에 공식적으로 부정대출과 관련해 '금융사고'로 보고하지 않았다.

조사 과정에서 조병규 은행장은 물론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도 보고가 되었을 텐데, 단순히 실무진에게만 책임을 묻는 정도로 내부에서 조용히 해결하려 했다는 점도 지적된다.

금감원은 만약 우리은행이 올 초부터 부실 여신과 직원 일탈 행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면 '금융사고'라는 점을 인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사고임을 알면서도 당국에 보고를 하지 않았다면 고의성이 충분할 뿐 아니라 보고의무 위반 사항으로 징계대상이 된다.

이와 관련해 임 회장이 장관(금융위원장) 출신인 만큼, 금융당국을 가볍게 본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이 원장이 "우리금융 행태는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할 수준"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한 것도 이러한 이유가 배경이 된 것이라는 평가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350억원 규모 부정대출 관련 보고를 고의적으로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올 1월부터 3월까지 진행한 검사에서 '특이 자금거래 동향'과 '여신감리 결과' 등을 발견했음에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2차 검사에 들어간 점도 의아하게 보고 있다.

은행은 자행 계좌 추적만 가능한 데 비해 금감원에는 전 금융권에 대한 계좌추적 권한과 검사권이 있다. 만약 특이 자금거래 동향과 부실 여신에 대한 조사를 철저하게 하기 위해서라면 금감원이나 경찰에 보고해 수사를 의뢰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은행이 1차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차 검사에 돌입한 시기는 5월부터 6월까지다. 금감원은 6월 초 우리은행 부정대출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 즉시 현장검사에 돌입했다. 금감원이 우리은행 현장검사에 돌입한 시기는 6월 12일부터 7월 19일까지였다. 당초 3주로 예정돼 있던 검사를 2주 연장하면서 부정대출 관련 조사를 진행했다.

올 초부터 진행된 우리은행 자체검사는 물론 금감원의 현장조사 시기에도 우리은행은 '금융사고'로 금융당국에 보고한 건은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이 우리은행이 1~2차 검사까지 진행하며 이상 징후를 발견했음에도 고의적으로 보고를 누락한 것으로 보는 배경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단순히 여신심사 소홀로 인한 대출 부실이었다면 보고사항은 아니다"라면서도 "대출이 부실화가 되었는데, 그게 임직원의 일탈 행위와 연관이 돼 있다면 금융사고로 볼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문서 위조와 배임 등 법 위반 사항 혐의가 있다면 일반적인 업무영역을 벗어난 것이기 때문에 금융사고로 판단할 수 있고, 이는 금융당국 보고사항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감원이 현장조사에 착수하고 검사 결과를 내놓은 지금까지도 우리은행은 금융사고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금감원은 현장조사가 끝난 지 3주 만인 이달 9일, 우리은행에 부정대출이 2020년 4월부터 올 1월까지 이뤄졌으며 금융 관련 법령 위반소지에 대해 제재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허위 서류 제출 관련 문서위조와 사기혐의 등에 대해선 검찰에 통보하기로 했다.

금감원의 자료가 배포되자마자 우리은행은 당일, 영등포경찰서에 부정대출 관련자를 고소했다. 만약 우리은행의 논리대로 단순 여신심사 소홀이었다면 수사기관에 고소하지 않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부정대출을 중대사안으로 보고 경찰에 고소한 직후, 기자들에게 반박자료를 내고 '여신 심사 소홀로 보고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 '대출 취급 후 특정인에 대한 지배관계 파악은 어렵다'고 밝힌 것이다.

금감원은 이를 보고누락과 거짓해명으로 보고 있다. 법 위반 등 중대사안인 점을 인식해 경찰에 고소를 했음에도 언론에는 마치 여신 부실, 여신 관리 소홀 등 일반적인 업무영역 문제로 해명을 했다는 점이다.

최근 이 원장 주재 금감원 임원회의 참석자 중 한 명은 "(우리은행이 담당자를)고소할 거면 진작 하든지, 아니면 중대사안이라고 봤으면 미리 금감원에 보고를 하든지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감원장이 이례적으로 나서서 우리금융을 집중 질타한 가장 큰 배경이다.

우리은행 측은 이에 대해 "앞서 올 1월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는 와중에 발견된 사항"이라면서 "여신 심사 소홀로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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