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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미 주간거래 ‘먹통’ …증권사 보상 시늉이라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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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경 기자

승인 : 2024. 08. 1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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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증시가 대폭락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국내 증시는 반등하며 일부 회복했지만 그 여파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 주간거래 '먹통' 사태는 투자자 피해보상 논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 증시가 패닉에 빠진 지난 5일 손해를 만회하려 미국 증시로 달려간 투자자들은 주식 매매를 할 수 없었습니다. 19개 국내 증권사가 제공하는 미국 주간거래 서비스가 중단됐기 때문이죠. 국내에서만 9만개 계좌에서 6300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투자자들은 거래 먹통으로 폭락장에 대응하지 못했다며 증권사를 상대로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난감한 건 증권사들도 마찬가집니다. 사고 원인인 전산 장애는 증권사 자체 시스템이 아니라 미 현지 대체거래소(ATS)에서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주간거래 서비스는 미국 정규장이 열리기 전 한국 낮 시간에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한 기능입니다. 국내 증권사가 현지 중개자를 통해 미국 대체거래소에 주문을 넣어 거래가 체결되는 구조입니다.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으로부터 이 서비스를 정식 승인 받은 현지 대체거래소 시스템은 '블루오션'이 유일합니다. 이 때문에 블루오션 전산에 문제가 생기면 국내 투자자들 거래는 막히게 되죠.

더욱이 미국 금융당국의 규제가 엄격히 적용되지 않는 자율적 장외시장이라는 점에서 전산 오류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증권사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장외시장 특성상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의 안내를 했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보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언급조차 꺼리는 분위기입니다.

일각에서는 투자자들이 피해보상을 받기는 어려울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미국 주식시장 제도, 국내 증권사와 대체거래소 간의 거래 약관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는겁니다. 미국 시장은 전산 장애가 빈번한데, 이 때문에 대체거래소 거래 약관에 전산 장애에 따른 피해 보상을 포함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규시장이 시작할 때까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일부 증권사들에 대한 책임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국내 증권사를 보고 거래한 것이지 미국 대체거래소와 거래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즉, 대체거래소 약관 문제는 증권사와 대체거래소 간의 일이지, 국내 투자자에게 보상해줄지 말지를 판단하는 것은 별개라는 얘깁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겁니다. 국내는 2022년부터 주간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지난해 8월과 올해 4월에도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이 시스템 장애를 미리 대비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국주식 붐이 불면서 관련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도입했지만, 시스템 장애에 따른 투자자 불편에는 소홀했다는 겁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증권사 책임론'에 불을 지폈습니다. 투자자 의사결정이 침해된 것만으로 증권사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공개적으로 밝힌 겁니다. 금융당국 수장의 이같은 발언에 증권사들 부담도 적지않아 보입니다. 증권가는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하는 증권사들이 보상하는 시늉이라도 할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옵니다. 현재 금감원이 문제가 된 19개 증권사에 대한 사실 관계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합니다. 금감원의 조사 결과가 나와야겠지만, 증권사 귀책이 밝혀지기 전에 증권사 스스로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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