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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포커스] “주변 눈치에 계약 취소”… 잇따른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 확산

[아투포커스] “주변 눈치에 계약 취소”… 잇따른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 확산

기사승인 2024. 08. 0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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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역 지하주차장 진입 막아 논란
해마다 화재 증가세… 불 끄기 어려워
적합 소화용구·사용 가이드 마련 시급
8일 오전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벤츠 등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결국 전기차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8일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박모씨(40)가 "이번에 일어난 전기차 화재 사고로 가족들의 격렬한 반대에 못 이겨 전기차 계약을 취소했다"며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주변에서 전기차 사지 말라는 눈치를 줘, 이번 결정까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잇단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를 보기만 해도 무섭다는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주차를 막아, 전기차주와 주민 간 분쟁이 발생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전기차 화재도 해마다 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화재는 2017년에 1건이 처음 발생한 이래 2018년 2건, 2019년 3건,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4건, 지난해 72건 등으로 급증했다.

전기차는 불이 빠르게 확산하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국립소방연구원의 '전기차 화재 대응 가이드'에 따르면 전기차에 불이나 열폭주 이후 옆 차량으로 옮겨지는 데 약 75초, 다시 그 옆 차량으로 번지는 데는 45초 걸렸다. 반면 불을 끄는 데는 어렵다. 분말소화기는 전기차의 배터리까지 침투하지 않고, 산소를 차단하는 질식소화 덮개도 일시적인 임시방편일 뿐이다. 지난 1일 발생해 큰 피해가 발생한 인천 전기차 화재는 진압하는 데 8시간 20분이나 걸렸다.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전기차 보급과 충전소만 늘리는 데 급급한 나머지 이후 발생할 안전문제 등에 대해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전기차 충전설비가 설치된 지하주차장들이 소방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구매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구매 전 사용된 배터리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신차 출시 때 차량의 배터리 용량은 안내하지만, 배터리 제조사나 제품명 등 상세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전기차 제조사들이 배터리 제조사를 차량 제원 안내에 포함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는 화재 예방을 위한 제도적 정비와 수월한 진압을 위한 장비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손원배 초당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배터리 충전 시 여유분이 있으면 과충전을 방지하면서 화재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며 "전기차 배터리 충전 시 100%가 아닌 80%에 이르면 충전이 종료되게 하는 기술을 적용하는 것도 화재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행정안전부나 소방청에서 하루빨리 배터리 화재에 적합한 소화용구와 사용 기준 규정을 정해 전기차 화재의 피해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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