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 행장, 기업대상 심사 간소화
KB, 가계대출이 기업대출 앞질러
네차례 금리인상·다주택 제한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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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업대출에서만 10% 가까이 여신이 확대된 배경엔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특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올 초 정 행장이 영업 현장에 '기업여신 심사 체계를 개선하라'고 주문하면서 심사 절차가 간소화된 데다가 의사결정 속도도 빨라졌다는 설명이다.
원화대출금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 확대에 집중했다.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가계대출이 기업대출보다 더 늘어난 데다가 6개월간 KB국민은행에서 증가한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11%가 넘었다. KB국민은행은 주담대를 포함한 대출 금리를 올리면서 가계대출 증가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입장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5곳(KB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의 올 2분기 원화대출금은 총 1574조7157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4.30%(64조8496억원) 증가했다.
신한은행의 원화대출금은 올 상반기 308조9625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6.4%(18조6262억원) 늘었다. 가계대출금과 기업대출금은 같은 기간 각각 2.1%, 9.9% 늘었다. 특히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은 5.9% 늘었고, 대기업에선 26.7% 나 증가했다.
이는 정 행장이 올 초 기업여신 심사 체계를 개선하고 간소화할 것을 주문한 효과다. 이를 통해 신한은행은 영업 현장에서부터 기업여신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 타은행 대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금리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조달 비용이 저렴한 은행 대출로 대기업이 몰리면서, 해당 수요를 미리 파악해 적극 활용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기업여신 증가로 신한은행의 원화예수금도 크게 늘었다. 기업 고객이 늘면서 예적금 등 부가적인 금융상품 영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예수금 규모는 작년 말 292조7883억원에서 올 상반기 308조9448억원으로 5.5% 증가했는데, 이 또한 은행권 중 가장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정 행장 지시로 기업여신 심사 체계가 크게 바뀌었다"며 "대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요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하면서 기업대출을 확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도 작년 말 대비 올 상반기 원화대출금 규모가 6.1% 증가했다. 이 중 기업대출금이 8.1%, 가계대출금은 3.6% 늘었다. 하나은행도 소호 및 중소기업 대출은 6.4% 증가한 반면, 대기업 대출은 15.8%나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 중 보유 대출 규모가 큰 KB국민은행도 작년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원화대출금이 2.9% 증가했다. 가계대출은 작년 말 대비 3.0%, 기업대출은 2.7% 늘어나면서 유일하게 기업보다 가계대출을 늘렸다. 특히 가계대출 중 주담대가 작년 말 32조 5000억원에서 올 상반기 37조2000억원으로 11.4%나 증가했다. 은행권 중 가장 큰 증가폭이다.
이에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네 차례에 걸쳐 주담대·전세대출 금리 인상과 대출 갈아타기 및 다주택자 주담대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달 2일에는 전세자금대출금리를 0.3%포인트 일괄 인상한 데 이어 이날부터 주담대와 일반부동산담보대출 등 금리를 0.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주택거래량 증가로 주담대가 꾸준히 늘면서 금리 인상에 나선 상황"이라며 "상반기에는 다른 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주담대를 제공하고 있어서 수요가 크게 몰린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