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작품 시장가치 훼손" 천만원 배상 확정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가 평가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평가원은 미술 이미지나 산문·운문 등 저작물 153건이 포함된 고입선발고사,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지방공무원임용시험 등 각 시험의 문제지를 누구든지 내려받을 수 있게 홈페이지에 올렸다. 저작권협회는 평가원이 사용료 지불없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것이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약 1700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일부 작품에 대해서는 출처도 표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평가원은 재판 과정에서 "공표된 저작물을 교육 등을 위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맞게 인용한 만큼 저작권법상 허용되는 행위"라고 맞섰다.
1심 재판부는 "수험생에게 균등한 학습기회를 보장하고 각종 시험의 투명한 관리를 위해 평가문제를 공개하는 것은 공익에 부합하는 일"이라며 "게시행위가 공익적인 목적 외에 영리적 목적이나 그 밖의 사적인 이익을 이룬 것으로도 보이지도 않는다"며 평가원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어진 2심은 평가원이 저작물을 인용해 문제를 내는 것을 넘어 이를 홈페이지에 게시해 공개하는 것은 저작권법의 취지를 벗어난다며 1000만원 배상명령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시험이 종료된 후 저작권자 동의 없이 시험문제를 공개하는 것은 정당한 채점과 성적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제한적 범위에서만 허용돼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저작물에 대한 감상 등 수요를 대체하는 효과까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2심 판단이 맞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평가원의 행위로 해당 저작물에 대한 시장 수요가 대체되거나 시장가치가 훼손할 우려가 상당하다"며 "사용료를 지급하고 시험문제를 게시함으로써 학습자료 제공이라는 공익과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의 균형을 적절히 도모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