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왜 내 지갑만 얇지?”…수출 온기에도 냉랭한 서민경제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709010005726

글자크기

닫기

이충재 기자

승인 : 2024. 07. 09. 15:06

'나 홀로' 수출 호황에 高물가-금리에 내수는 '꽁꽁'
KDI "내수 회복세 가시화 못해 경기 개선은 미약"
물가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중소 유통기업에 다니는 오모 씨(46)는 "요즘 경기가 좋아졌다는 기사를 보면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고 했다. 물가가 뛰고, 은행 이자부담도 커져서 월급통장을 보면 내 소득만 줄어든 기분이라는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문모 씨(44)도 "월세, 전기세, 인건비 빠지면 남는 게 없는데 '경기회복'이란 말은 남 얘기 같다"고 했다.

'수출 호황'으로 경기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체감경기인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고금리의 여파로 실소득이 줄어든 국민들의 지갑이 어느 때보다 얇아졌고, 물가 부담까지 더해져 서민경제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고금리-고물가-제자리 소득'이라는 악순환 고리가 작용하고 있는 형국이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 실질소득이 1년 전보다 1.6% 줄면서 7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올해 1분기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71만1000원으로, 1년 전 보다 6만4000원 줄었다. 임금 상승세가 물가 상승세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수출 회복의 온기가 내수로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7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하면서 경기 개선세가 다소 미약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는 원인으로는 고금리가 첫손에 꼽힌다. KDI는 "고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내수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소매판매, 설비투자, 건설투자가 모두 감소세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고물가·고금리 영향과 수출·내수 부문별 회복 속도 차이 등으로 소상공인 등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제 전반의 역동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물가 안정 추세"…재작년 '5%상승 여파' 여전
물가는 지표상으로는 안정세를 찾고 있지만, 체감 물가는 이미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선지 오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연속 2%대를 이어 가면서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통화정책 긴축 기조 지속 등의 영향으로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 수준에서 안정됐다"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지는 등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최 부총리는 "물가 수준 자체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장바구니 물가 입장으로 보면 몇 년 전하고 비교할 때 굉장히 턱없이 오르지 않았느냐"고 했다. 실제 지난 2022년 소비자물가가 5.1% 올라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2023년(3.6%)까지 이어진 이례적인 고공물가의 여파로 서민경제가 아직까지 허덕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향후 물가는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4%로 떨어져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오름폭을 보였다. 이같은 상승 폭은 지난해 7월(2.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창용 총재는 "앞으로 유가 상승 등에 따라 둔화 흐름이 일시 주춤할 수는 있겠으나 전반적인 디스인플레이션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물가가 안정되면서 금리 인하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 이에 시장에선 오는 11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시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선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되, 금리인하의 길로 들어서기 위한 '깜빡이'는 켜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충재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