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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과 위로 담긴 ‘온기’의 답장 전해요…온기우편함 약 2만7000통 손편지

공감과 위로 담긴 ‘온기’의 답장 전해요…온기우편함 약 2만7000통 손편지

기사승인 2024. 07. 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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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66개 온기우편함 월 1500통 편지
"글이 사람을 살릴 수도 있겠다 생각해"
온기우편함
3일 오전 9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송현동 덕성여자중학교 인근 도보에서 윤지수씨(26)가 '온기우편함'에서 익명의 작성자의 고민을 담은 편지 8통을 수거하고 있다. /반영윤 기자
서울 삼청동 돌담길 한 켠에 노란 우편함엔 매주 30~40통의 편지가 쌓인다. 스스로의 고민과 걱정, 고뇌를 써내려간 이 편지는 한 달 후 따뜻한 공감과 위로가 담긴 '온기'의 답장으로 돌아온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위로를, 일상에서 고됨은 삶의 의미로써 일깨워주는 온기우편함은 오늘도 마음을 나누고자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3일 오전 9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송현동 덕성여자중학교 인근 온기우편함에서 윤지수씨(26)는 익명의 편지를 수거했다. 이 곳에서 윤씨는 8통의 편지를 꺼내 가방에 담고 새 편지지 다발을 우편함 주위에 올려 뒀다. 매주 수요일이면 해당 우편함을 방문하는 윤씨는 벌써 3년 넘게 온기우체부로서 활동하고 있다. 사연자의 마음을 느끼고, 답장을 쓰면 전하려던 사랑이 도리어 내게 돌아온다고 윤씨는 전했다. 윤씨는 이날 가방에 담은 편지를 읽고 사연자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달하고자 발걸음을 옮겼다.

윤씨와 같은 '온기우체부'는 전국에서 600명이 활동 중이다. 올 7월 현재 전국 10개 지역에서 66개 온기우편함이 운영 중이며 매월 1500통 가량의 편지가 날아든다. 온기우편함은 조현식 온기 대표가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7년 2월부터 시작됐다. 조 대표는 서울 종로 삼청동 돌담길에 처음 설치한 온기우편함에 70통의 편지가 날아들면서 위로와 공감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매주 화~일요일 온기우체부들은 온기 사무실에 모여 같은 순서로 모임을 진행한다. 온기는 이날까지 고민을 담은 2만6955통 편지에 손편지로 일일이 답장했다.

사람들의 고민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같이 사는 친구가 이유 없이 밉다는 20대 여성의 고민, 연극영화과 재학 대학생의 진로 걱정,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어떻게 돌보며 살아갈지 모르겠다는 고뇌 등 개개인의 삶에 대한 고민들은 수북히 쌓여있다.
온기우체부 손편지2
3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 온기 사무실에서 고민 글에 손 편지로 위로 답장을 전하는 '온기 우체부' 자원봉사자들이 손으로 편지를 쓰고 있다. /반영윤 기자
꼬깃꼬깃 가슴 속에 담아뒀던 고민들은 편지가 되어 서울 서초구 온기 사무실로 모인다. 온기우체부들은 하나의 고민만 채택해 '온기'를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정답은 없다. 온기우체부의 경험을 통해 사연자들과 공감하는 것. 공감을 통해 위로를 전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감사하다는 게 온기우체부들의 이야기다.

온기우체부로 활동 중인 권수련씨(53)는 지난주 골라 집은 고민에 자신이 미리 작성한 글을 편지에 옮겨 적었다. 권씨는 "비 오는 날은 비 오는 날대로 맑은 날은 맑은 날 대로 찬란함이 있다"며 "일상에서 삶의 의미를 찾기를 바라는 마음을 편지에 썼다"고 했다.
온기우체부 감사 나눔
3일 오전 서울 서포구 온기사무실에서 '온기 우체부' 자원봉사자들이 고민 글에 손으로 답장 편지를 쓴 뒤 편지 작성 소감을 나누고 있다. /반영윤 기자
김정란씨(48)는 1시간 내내 한 글자도 써내려가지 못했다. 6개월 전 암으로 어머니를 여읜 아들의 사연에 어떤 말이 위로가 될지 고민하다 결국 백지 상태로 이날 편지를 마무리했다. 김씨는 "슬픔이 찾아온 이들에게 보내는 어설픈 위로가 때로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며 "한 주 동안 고심한 뒤 다음 주에 다시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기우체부들은 자신이 전한 위로에 도리어 자신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한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는 김한나씨(22)는 "어디에도 괴로움을 나누지 못했던 사연자가 온기우편함에 처음으로 자신의 사연을 글로 풀어낼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한 일이 떠오른다"며 "위태로운 사람에게 전한 말 한마디에 자신도 위로받는 것을 보면 글이 정말 사람을 살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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