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동안 44명 중 안전모 착용 3명뿐
"또래 사이 홀로 안전모 쓰지 쉽지 않아"
교육에 더해 처벌조항 만들자 목소리도
|
친구들과 매일 자전거를 타고 등교한다는 김군(14)은 "학교 가는데 헬멧까지 쓰는 사람이 도대체 어디 있느냐"며 "무겁기도 하고 학교에 둘 곳도 없다"고 말했다. 김군과 함께 등교하던 3명의 학생도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
본지가 이날 오전 7시 40분부터 1시간 동안 A 중학교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학생들을 관찰한 결과 44명 중 안전모를 착용한 학생은 3명에 불과했다. 안전모 끈을 꽉 조여 맨 채 자전거에 오른 박군(13)은 "같은 반 친구 중 저만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소년들의 자전거 탑승자의 안전모 착용률이 저조한 가운데 사고 발생률은 다른 연령대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전국 23개 병원 응급실을 찾은 5404명의 자전거 사고 환자 중 1295명(24%)이 10대 청소년이었다. 응급실을 방문한 10대 청소년의 안전모 미착용 비율(81%)은 전 연령 평균(71%)을 상회했다.
자전거 운전자는 도로교통법 제50조에 따라 안전모를 착용해야 한다. 다만 단속이나 처벌 규정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고 개인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청소년은 동조효과가 강해 또래 사이 홀로 안전모를 쓰기 쉽지 않다는 특성도 있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청소년은 또래 집단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가 중요하다"며 "분위기가 한번 형성되면 청소년들은 헬멧을 착용하지 않는 집단 특성을 강요받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자전거 사고 내면 더 크게 다친다는 점이다. 지난 5일 도로교통공단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자전거 가해운전자 교통사고 사망 건수를 분석한 결과 안전모 미착용 비율(61.0%)이 착용 비율(18.1%) 대비 3배 이상 높았다.
|
교육에 더해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지금껏 국가·지역사회·교육계가 홍보캠페인을 진행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며 "헬멧을 쓰지 않고 자전거를 탄 10대 중 촉법소년은 부모에게, 만 14세 이상 청소년은 당사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처벌조항을 과감히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