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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사기’에 속아 우크라전 투입된 인도·스리랑카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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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4. 06. 13. 16:05

스리랑카
지난 4일 스리랑카 콜롬보에 위치한 러시아 대사관 인근에서 시민들이 러시아로 끌려간 가족을 돌려 달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 연합뉴스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취업사기'에 속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자국민의 피해가 잇따르자 두 국가가 자국민 보호에 나섰다.

13일 AFP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외교부는 최근 러시아군에 징집된 인도인 2명이 사망했다며 러시아 당국에 "신속히 시신을 돌려주고 러시아군에 복무 중인 모든 인도 국민을 풀어달라"고 촉구했다. 인도는 러시아군에 인도 국민을 병사로 모집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며 자국민들에게도 러시아로의 취업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스리랑카 역시 '취업사기'에 속은 자국민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지며 비상이 걸렸다. 2022년 이후 경제가 급격히 악화된 스리랑카에선 많은 청년들과 은퇴한 군인들이 해외 일자리를 찾았는데 이 과정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에도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은 이들이 "러시아에 취업하면 2100달러(약 288만원) 이상의 월급과 러시아 시민권 취득 등이 가능하다"는 말에 속아 전쟁터로 끌려갔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현지에 도착한 후 연락이 끊기거나 "속았다"며 가족들에게 연락하며 문제가 불거졌다.
스리랑카 당국은 최소 16명이 전쟁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취업사기'에 속아 끌려갔던 스리랑카인 12명도 우크라이나에 전쟁 포로로 잡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불법적으로 러시아 용병 업체 모집 대리인 역할을 한 혐의로 전직 장군 2명과 관계자 6명 등을 체포했다. 스리랑카 의회는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에 최소 2000명이 입대한 것으로 보고 추적 조사를 시작했다.

스리랑카 외교부도 "러시아가 더 이상 스리랑카인을 군에 모집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대표단을 파견에 해당 문제를 검토하고 조치를 취할 것"이라 밝혔다.

이들 중 일부는 러시아로 가기 위한 소개비 1만달러(약 1375만원)를 마련하기 위해 집을 저당 잡힌 경우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스리랑카 콜롬보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 인근에서 송환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한 여성은 비전투원으로 모스크바에 도착한 남편이 한달 후 연락이 끊겼다며 "마지막 전화는 살려달라며 집으로 돌려 보내달라 간청하는 내용이었다"고 AFP에 전했다.

인도와 스리랑카는 모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비판하지 않고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이 스리랑카인 모집의 배후에 있었다는 의혹에 긴장이 촉발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는 병력 확보 차원에서 중앙아시아는 물론 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인력을 끌어 모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자군 내 용병 규모나 외국인 전쟁 포로 숫자 등에 대해 밝힌 바는 없지만 해외 용병 수천명 중 다수는 남아시아 출신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알자지라 각국 정부·언론 보도와 탈영병의 증언 등을 종합해 네팔인 약 200명·인도인 약 100명·스리랑카인 수백명이 러시아군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으로 간 이들도 소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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