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공의 공백 100일…“의료시스템 개선 기회로 삼아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529010015533

글자크기

닫기

노성우 기자

승인 : 2024. 05. 29. 16:22

2000년 의약분업 이후 대대적인 의료개혁 과제 추진
갈등 조정 기제 부재는 과제
응급진료센터 찾은 환자와 보호자<YONHAP NO-3361>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지 100일째를 맞은 2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진료센터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연합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대한 항의 표시로 전공의들이 단체로 의사 가운을 벗어던진 지 29일로 100일이 됐다. 수련병원들이 진료량을 줄이면서 입원과 수술 일정 등이 지연되는 등 의료 현장에선 큰 혼란과 불편이 초래됐지만, 한편으로는 대형병원 환자 쏠림 등 우리나라의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는 계기가 됐다.

◇전공의 이탈 100일…끝모를 의정 갈등
29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계획에 저항하는 전국의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지난 2월 20일 병원 문을 박차고 나간지 이날로 만 100일을 맞았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 명하고 수련병원에 사직서 수리금지를 지시했지만, 전공의들은 이에 아랑곳 않고 환자 곁을 떠났다.

의사면허 정지 등 기계적 법집행을 예고했던 정부가 3월 말부터 유연한 기조로 전환하며 전공의들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복귀하는 전공의는 소수에 머물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8일 기준 전국 100개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699명(전체 7%)으로 약 한 달 전보다 122명 느는데 그쳤다. 여전히 대다수 전공의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지만, 이들 가운데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진로에 대한 불이익 등으로 복귀를 희망하지만 집단화된 문화로 인해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도 의대 정원이 확정됐음에도 대한의사협회(의협)과 전공의단체는 '원점 재검토 또는 1년 유예' 등의 고집을 꺾지 않은 채 의료개혁 논의에 동참을 거부하고 있고, 여기에 의정간 중재역할을 할 것처럼 보였던 의대 교수들마저 전공의 편에 서서 되레 정부를 몰아세우며 사태를 키우는 모양새다.
◇의료체계 손보는 계기…갈증 조정 기제 부재는 과제
전공의 부재의 장기화의 피해는 환자와 보호자, 궁극적으로는 국민 몫을 돌아가게 됐지만 그간 번번이 의료계 반발에 가로막혔던 대한민국 의료시스템 전반을 손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경증환자는 병·의원으로 진료가 분산되는 등 왜곡된 의료전달체계가 비로소 바로 잡히는 효과를 낳은 셈이다. 전공의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작업도 시작됐다. 27년 만의 의대 증원은 본격적인 의학교육 선진화에도 불을 당겼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대대적으로 의료개혁 과제가 논의되고 추진된 적은 없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이제는 전공의들이 돌아오는 것을 전제로 한 논의보다는 정부가 하고자 했던 개혁과 환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밝혔다. 남 국장은 "지금은 경증환자도 원하면 얼마든지 3차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다"며 "상급종합병원은 입원, 중증·응급, 연구 등 본래의 3차 의료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정립하는 등 전달체계가 명확히 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의료대란 사태는 우리 사회에서 갈등을 조정·조율하는 기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과제도 남겼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3개월이 넘어갈 때까지도 해결책을 못찾고 이를 중재할 만한 사회적 시스템이나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전무하다"고 꼬집었다.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보건의료라는 중차대한 시스템 안에서 갈등을 해결할 수 없는 현 상황을 우리 사회의 한계나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이다. 그는 "이번 사태는 정부와 의료계에서 출발해지만 정치, 언론, 시민단체 등 우리사회의 다양한 기관들이 공동 책임을 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성우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