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불안함 '지속'…단체 "정부 확실한 결정 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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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암센터 입구 앞. 췌장암 말기로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이모씨(63·여)는 몸이 축 늘어진 채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의정갈등이 72일을 넘기면서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는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의대 증원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씨는 "의료 인력이 부족하면 환자 대기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증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환자들은 하나 둘 죽어가고 있는데, 의사들은 자기들만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속상해했다.
두 달 넘게 의료 공백이 이어지면서 환자들은 불안함을 넘어 속이 타 들어가고 있다. 최근 의대교수들도 사직에 동참하고 '빅5'로 불리는 서울시내 주요 대형병원은 소속 의대교수들이 일주일에 하루 외래 진료와 수술마저 중단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3년 전 유방암 1기 진단을 받은 최모씨(44·여)는 최근 병원에서 8월 검사가 11월로 미뤄졌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현재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외래진료와 응급실 진료 모두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며 "(정부와 의료진과) 장기간 대치가 계속되면 환자들만 애가 탄다. 과연 의사들이 환자의 생명을 생각하고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의구심만 든다"고 토로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51)는 정부가 하루 빨리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남지역에 거주하는 박씨의 어머니는 최근 단순 장염으로 2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타 지역에 있는 종합 병원을 다녀왔다. 박씨는 "지방에는 우리 어머니처럼 병원이 정말 없어서 진료 자체를 받기 어려운 분들이 있다. (물론 의사들은) 주변에 상권이나 인프라가 많이 없으니까 다들 가기를 꺼려할 것"이라며 "(현재) 지방 의료 붕괴는 벌어지고 있는 일이니까 (정부가 의대 증원을) 조속히 진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보건의료 단체들도 의료 공백이 길어진 만큼 이제는 정부가 확실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장은 "정부가 의사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확신 자체가 문제"라며 "논의할 시기가 지난 만큼 이제는 정부가 환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정부의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출범했는데, 의사협회와 전공의협의회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 걸 보면 의사들은 전혀 대화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며 "정부가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발표한 만큼 의대 정원은 당연히 증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자체 여론조사 결과 (의대 정원 증원은) 모든 국민들이 인정하는 것이다. 이미 90% 이상 찬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