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수지 안맞아 용지 분양 계약 해지 늘어
당첨자 뽑고도 부지 반납 사례도
인천 계양 사전청약 아파트 단지
총사업비 2년전보다 약 30% 올라
3기 신도시 분양가 상승 불가피
◇공사비 증가에…공공택지 분양사업 접는 건설사 늘어
공공택지를 분양받아 주택 분양사업을 추진하던 건설사들이 사업을 아예 접는 경우가 최근 들어 부쩍 많아졌다. 공사비 급등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리 인상 등으로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해졌지만,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공공택지 특성상 분양가를 높일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 증가 등으로 인해 분양가를 적정 수준으로 올려야 사업 수지를 맞출 수 있는데, 공공택지의 경우 분양가를 마냥 높일 수 없기 때문에 분양사업을 취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최근 라인건설은 2022년 6월 LH와 맺은 울산 '다운2지구 공동주택용지 B-6블럭' 토지 계약을 취소하고 부지를 반납했다. 이 건설사는 460억원에 토지를 매입해 이곳에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었다.
공공택지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인근 시세보다 높게 분양가를 책정할 수 없어 건설사 입장에선 사업성을 높이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미분양 가능성이 커지자 라인건설은 사업 포기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총 4회 중 3차례 택지 대금 중도금까지 납부하며 사업 의지를 이어갔지만, 결국 분양사업을 철회했다.
사전청약 제도로 당첨자까지 뽑았지만, 분양을 포기한 건설사도 있다. 우미건설 계열사 심우건설은 올해 1월 인천 '가정2지구 B2블록' 토지 계약을 취소했다. 이 회사는 2022년 4월 사전청약으로 278가구 예비 수분양자를 뽑았다. 당초 작년 3월 본청약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계속 미루다 결국 분양을 취소했다.
택지 대금을 납부하지 못해 계약이 취소된 사례도 많다. 올해 들어 △경기 화성시 병점복합타운 주상복합 용지 1·2 블록 △화성동탄2 4필지 △경남 밀양시 부북 1필지 △창원 가포 1필지 등의 경우 중도금을 내지 못해 계약이 해지됐다.
◇3기 신도시 인천 계양 아파트 사업비 폭등…"분양가 더 오를 듯"
3기 신도시 중 최초로 사전청약을 받은 단지인 인천 계양지구 공공분양 아파트의 총사업비가 2년 만에 30% 가까이 늘어나면서 분양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 A2블록 공공주택 건설사업의 총사업비가 3364억원으로 변경 승인됐다. 이는 2022년 1월 사업계획승인 때보다 688억원(25.7%) 오른 것이다. 인근 A3블록의 총사업비도 1754억원에서 2355억원으로 580억원(33.1%) 늘었다.
인천 계양 A2·A3블록은 3기 신도시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으로, 가장 먼저 사전청약을 받은 뒤 지난달 말 주택 착공에 들어갔다. A2블록에는 공공분양주택 747가구, 신혼희망타운인 A3블록에는 공공분양주택(359가구)과 행복주택(179가구) 등 538가구가 조성된다.
2021년 8월 진행된 3기 신도시 첫 사전청약 때 인천 계양 아파트 추정 분양가는 A2블록 59㎡(전용면적) 3억5600만원, 74㎡ 4억3700만원, 84㎡ 4억9400만원이었다. 하지만 증액된 사업비를 고려하면 오는 9월 본청약 때 확정되는 최종 분양가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더욱이 건설 자잿값 인상으로 공사비가 계속 오르고 있어 3기 신도시 공공분양주택의 확정 분양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비 인상분의 대부분은 자잿값이 오른 데 따른 것"이라며 "일부는 분양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3기 신도시 본청약을 포기하는 수요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공사비 증가와 물가 상승 등으로 분양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고, 이를 주택 수요자가 감당하지 못하면 분양가는 비싼데 주택 공급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