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광명 및 서울 구로 후분양 단지도 물량 소진 못해
높은 분양가·촉박한 잔금 납부 기한 등 맞물린 탓
"악성 미분양 증가세 악화 가능성"
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일대에 들어서는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771가구)는 지난 3일 잔여가구 68가구에 대한 네 번째 무순위 청약 공고를 올렸다.
이 단지는 작년 9월 초 401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5626명의 신청자를 받아 평균 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용면적 84㎡형 최고 기준 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높은 약 14억원으로 책정되면서 계약 부진을 겪었다. 지난달 입주가 시작됐는데도 아직까지 물량을 털어내지 못하면서 악성 미분양 단지가 됐다.
후분양은 정비사업 조합이나 시행사 등 사업 주체가 자체 자금을 들여 아파트 공사에 나선 뒤 공정의 60~80% 이상 진행된 시점에 분양하는 방식을 말한다. 선분양에 비해 입주가 빠르고 수요자가 직접 공정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에 아파트 하자·부실시공 이슈가 속출할 때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사업 주체의 금융비용 부담이 분양가에 반영되고, 입주까지의 기간이 짧아 수분양자(분양 계약자)가 잔금 납부 등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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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입주 예정인 경기 광명시 광명2구역 '트리우스 광명'(3344가구) 역시 최근 52가구에 대한 3회차 무순위 청약 공고를 올렸다.
서울에선 구로구 '호반써밋 개봉'(317가구·12월 준공)이 계약자 모시기에 진땀을 빼고 있다. 올해 1월까지 세 차례의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선착순 계약을 받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전국 악성 미분양 물량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1867가구로, 7개월째 늘고 있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 여파로 청약자들의 주택 구매 여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업 주체가 부동산 시장 활황 때 더 높은 가격에도 팔릴 것이란 기대감에 후분양을 선택했다가 고금리 등으로 인한 주택시장 침체에 역풍을 맞은 모양새"라며 "사업성이 떨어지는 일부 단지의 경우 끝내 악성 미분양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