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저장·오염원 정화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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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전북 고창군 아산면 운곡리 일대. 친환경 전기버스를 타고 조금만 올라오면 드넓게 위용을 뽐내는 고인돌을 볼 수 있다. 고창에는 전북 지역 고인돌의 65% 이상인 1748기가 분포돼 있다. 유네스코는 이 곳을 일찍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이날 하늘에는 곧 소낙비를 쏟아부을 듯한 먹구름이 드리웠지만 오랜 역사를 지닌 절경마저 감출 수는 없었다. 이 지역의 유문암질 응회암과 안산 반암으로 축조된 고인돌 유적은 땅의 기운을 한 몸에 끌어안고 있는 듯 했다. 나오미 자연해설사는 "고인돌이 (청동기 시대) 무덤으로 사용됐지만, 자연 숭배 사상에 따라 마을 주민들의 염원을 담는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고창의 숨은 매력은 또 있었다. 바로 여기서 7분 정도를 걸어 올라가면 볼 수 있는 생태계의 보고(寶庫) '운곡습지'다. '고창의 허파'로도 불리는 이 곳은 지상의 탄소를 저장하고, 오염원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해 보존해야 할 주요 환경자원 중 하나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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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습지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저층 산지형 습지로, 지난 2011년 4월 람사르 습지에 지정되기도 했다. 람사르 협약은 간척과 매립으로 사라지고 있는 습지와 물새를 보존하기 위해 맺은 국제 협약이다. 이 때문에 너무 많은 이들이 몰리는 것도 우려 요인이다. 한 사람 정도만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나무데크길이 놓여진 이유다. 천천히 길을 따라 걷다보면 한 폭의 그림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는 습지를 마주하고 본래 '자연 속의 나'를 느끼게 된다.
놀라운 생태보전의 가치는 마을 주민들의 소득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운곡습지 주변에는 6개 생태마을(용계마을·독곡마을·부귀마을·매산마을·송암마을·호암마을)이 있는데 생태관광으로 본업인 농업 외에도 제 2소득을 창출하게 된 것이다. 뽕잎차와 함께 주민들이 만든 떡을 시식했는데, 오밀조밀한 식감이 차에 곁들이기에 제격이었다. 나 해설사는 "외국인 관광객들까지도 찾아온다"며 "그 땐 다문화 여성들이 통역에 참여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이달의 생태관광지로 이 곳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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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인근에 조성된 골프장이 상수원을 오염시킬 수 있지 않냐는 우려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골프장이 관광객들을 모아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일각에선 수질오염 등 환경파괴 우려도 제기한다. 전북환경청 관계자는 "1년에 한 번 골프장 인근에서 수질과 토양 조사를 하고 있다"며 "골프장과 운곡습지 간의 거리가 꽤 있어 충분히 희석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