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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전략 재편] 배터리 핵심광물 패권전쟁…SK이노, 공급망 확보에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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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슬 기자

승인 : 2024. 03. 21. 06:00

과거 석유 개발 이어 사업 확대
자원 탈중국화·美 IRA 등 대비
국유화 대응 필요, 전략마련 절실
basic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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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이다.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은 1970년대 두 차례 발생한 석유파동 이후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깨닫고 석유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 변동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자원을 보유하겠다는 목표 하나에 집중했다. 쉽지는 않았다. 30년 동안 탐사에 성공해도 실제 원유 생산은 매번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자원개발 자회사 SK어스온은 중국 17/03 해상 광구에서 첫 원유 선적에 성공했다. 수많은 실패에도 역량을 키워온 결과, 석유 한 방울 나오지 않는 국가에서 기름을 갖게 됐다. 회사는 이를 시작으로 국가 에너지 안보에 본격 기여할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제는 광물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온을 중심으로 배터리 핵심광물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 미·중 패권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하고, 나아가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기도 한 자원의 탈중국화에 성공하기 위함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 자체로는 업계 내 후발주자지만 핵심광물 분야에서는 여느 경쟁사들 이상으로 규모를 키우고 있다.

모두가 부정적이던 자원개발 사업 이상으로 광물 확보 역시 각종 리스크는 도사리고 있다. 탈중국화에 나서야 하는 건 물론, 자원을 국유화하려는 각 국가의 움직임에도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SK이노베이션이 올해 전체 투자액 9조원 중 7조5000억원을 배터리 사업에 투자한다고 밝힌 만큼 사업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20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핵심광물의 대(對)중국 수입액은 93억달러(약 12조원)로, 전년(88억달러) 대비 6% 증가했다. 2018년부터 중국으로부 수입 규모는 연평균 11%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2021년 이후 빠르게 수입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서방 국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배터리 원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중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어 이를 벗어나기 위한 각종 제재를 실시하고 있다. IRA, CRMA 등이다. 올해 미국 대선에 따라 IRA 폐지 가능성도 나오지만, 중국에 대한 미국 견제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 기업으로선 주요 서방 국가와 손잡기 위해 핵심광물에 대한 공급망 다변화가 필수조건이 된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은 다양한 공급망을 구축하고자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은 현재까지 칠레, 호주, 스위스, 미국 등 각 국가로부터 핵심광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칠레 광물업체로부터 리튬을 수급했으며, 올해 4분기부터는 호주 업체로부터 리튬을 공급받는다.

핵심광물에 그치는 것이 아닌, 양·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등 배터리 핵심 4대 소재에 대한 개발도 이어가고 있다. SK온은 국내 양극재 대표 기업 에코프로그룹과 캐나다에 양극재 공장을 짓는가 하면, 해당 기업과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와 전구체 원료인 니켈 중간재(MHP)를 생산하기로 했다. 배터리 사업 전체에 대한 수직 계열화를 이뤄 각종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한때 일본 업체들이 장악했던 분리막 시장도 대비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통해 분리막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며 대외적인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SKIET는 현재 유럽 폴란드에 생산 공장을 짓고 있으며, 미국 현지 진출도 검토 중이다.

이렇듯 SK이노베이션이 자원 및 주요 소재 확보에 열 올리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투자에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례로 칠레는 지난해 리튬 국유화를 선언했으며, 아르헨티나는 최근 정부 차원에서 리튬의 신규 채굴 허가를 중단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IRA 폐지 위험성에 각 기업들이 현지 투자를 주춤하는 것처럼 광물 역시 막대한 자금 투자가 자칫 리스크로 다가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핵심광물은 공정 과정 등에서도 각 국가의 규제를 맞춰야 하고, 이에 대한 소재 및 완성차 업체와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신중한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각 기업이 광물을 확보하는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실제 광물이 가공되고, 어디 업체에 사용되는 배터리에 어떻게 공급되는지 등은 별개의 문제다 보니 적극적으로 광물을 확보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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