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학원 뒷돈 받고 문제 거래…‘사교육 카르텔’ 56명 수사요청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311010005372

글자크기

닫기

세종 박지숙 기자 | 홍선미 기자

승인 : 2024. 03. 11. 15:31

감사원,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 실태 점검' 감사 결과
'수능 영어 23번', 출제기관 평가원도 가담…논란 축소 정황
수능 공정성·신뢰도 타격 불가피
교육부, '사교육 카르텔'에 엄정 대처
수능 국어 문제 분석하는 강사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1월 1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종로학원 본사 대입수능 분석 상황실에서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이사를 비롯한 강사들이 수능 국어 문제를 분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교육업체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및 검토에 참여한 현직 교원들에게 금품을 주고 모의고사 문항을 사는 등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 정황이 사실로 드러났다. 특히 논란의 핵심이었던 2023학년도 수능 영어영역 '23번'이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담당자들까지 공모해 사안을 축소한 정황이 드러났다.

아울러 현직 교원이 동료 교원을 포섭해 문항을 제작하고, 이를 사교육 업체에 판 사실까지 확인돼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1994학년도 도입 이후 공정한 대입 제도로 자리잡은 수능의 신뢰도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실시한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 실태 점검' 감사 결과, 교원과 학원 관계자 등 56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방해, 배임수증재 혐의로 경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사교육카르텔·부조리 및 입시비리 신고센터'를 설치해 사교육 업체와 연계된 영리 행위를 한 현직 교원의 자진 신고를 받고 자체 조사한 바 있다. 이후 사교육 업체에 모의고사 문제를 팔고 이를 숨긴 수능·모평 출제에 참여한 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또 22명(2명 중복)은 청탁금지법, 정부출연연법상 '비밀유지의무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하지만 이날 감사원 감사 결과, 수사 의뢰 대상은 지난해 교육부 발표보다 30명 이상 늘어났다. 다만 교육부가 지난해 고발·수사 의뢰 대상은 모두 교사지만, 감사원 수사 의뢰에는 교사뿐 아니라 학원 관계자, 교수, 입학사정관 등이 포함돼 있어 수사 의뢰된 교사 수 자체는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현직 교사들이 문항 제작 조직을 직접 관리·운영한 것으로 확인돼 '사교육 카르텔'이 예상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사교육 업체와 현직 교사들이 '피라미드식' 조직적 형태를 꾸렸다고 지적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수능·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여러 번 참여한 고교 교사 A씨는 출제 합숙 중에 알게 된 교사 8명을 포섭해서 문항 공급 조직을 구성, 6억6000만원을 받았다. 이 중 3억9000만원은 문제 거래에 가담한 현직 교사들에게 주고, 나머지 2억7000만원은 자신이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고교 교사 B씨는 배우자가 설립한 출판업체를 공동 경영하면서, EBS 교재 집필 과정에서 알게 된 교사와 자신의 소속 학교 교사 등 35명을 섭외해 문항 제작진을 구성하고, 3년간 18억9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논란의 2023학년도 수능 영어영역 '23번'의 경우 평가원 담당자들까지 공모해 사안을 축소한 정황도 드러났다. 23번은 대형 학원의 모의고사 지문이 그대로 출제돼 논란이 됐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2년 EBS교재와 사설 모의고사, 2023학년도 수능에 연달아 실리게 된 'Too Much Information'(TMI)라는 영어 지문은 수능출제위원으로 참여한 대학교수 A가 2022년 EBS 교재 감수 때 접하고 그 해 수능에 무단으로 출제했다. 그런데 TMI 지문은 수능 전인 2022년 9월 유명 학원 모의고사에서도 나왔다. 수능 검토위원, EBS 교재 집필에 관여하는 교원 등으로부터 문제를 사서 모의고사를 만들던 유명 강사 B씨가 TMI 지문 원 출제자와 친분이 있는 다른 교원을 통해 해당 지문으로 만든 문제를 받아 모의고사에 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평가원의 업무 부당 처리도 확인됐다. 평가원 영어팀은 알 수 없는 이유로 TMI 지문의 수능 중복 출제를 걸러내지 못했고 평가원 담당자들은 중복 출제에 대한 이의신청이 215건 들어왔음에도 이를 이의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감사 결과가 공식 통보되는 대로 해당 교원에 대한 징계 요구 등 조치를 엄정하고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수능 출제 공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올해 2025학년도 6월 수능 모의평가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사교육 업체와의 문항 거래 등 중대한 비위가 확인된 교원에 대해서는 소관 교육청에 강력한 징계를 요구할 방침이다. 또 교원의 비위 등에 대한 처벌 기준도 강화하기 위해 '교육공무원법' 개정에 나서고 '교육공무원 징계양정에 관한 규칙' 개정안도 이달 중 입법예고한다.
박지숙 기자
홍선미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