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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국 칼럼] 원칙과 대의명분이 실종된 한국정치

[고성국 칼럼] 원칙과 대의명분이 실종된 한국정치

기사승인 2024. 03. 1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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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국 주필
고성국 (아시아투데이 주필, 정치학 박사)
'지민비조', 이 생뚱맞고 낯선 구호는 조국혁신당의 대변인이 한 말이다.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뽑아 달라'는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왜 창당했는가. 정치는 하고 싶은데 민주당에서는 받아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창당한 정당이다. 민주당은 같은 좌파 진영이지만 조국 등을 차마 받아들일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이유는 독자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대로다.

기성 정치판에 용납되지 못한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정당을 하겠다는데 설사 그 당의 대표가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아 머지않아 교도소에 갈 가능성이 높다 해도 일단은 이들의 정당 활동을 보장해 주는 게 대한민국 헌법이다. 그러므로 조국 등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 헌법이 부여한 권리를 최대한 잘 누리고 있는 셈이다. 이런 당의 지지도가 여론조사에서 두 자리 숫자를 기록했다는 보도도 있다. 도대체 세상이 어디로 가는 것인지!

'이재명과 조국의 연대'도 한국 정치의 웃픈 장면이다. '같이 승리하자'면서 손잡을 거면 왜 따로 할까? 감옥에 있는 송영길도 '소나무당'도 있다면서 민주당에 연대제안을 했다 하니, 한국정치의 어지러움은 끝도 없이 계속될 듯하다.

이재명과 이낙연의 결별은 진짜 결별일까? 지금은 이낙연 세력이 '반이재명'을 표방하나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반이재명'에서 '반윤석열'로 변할 것 같다. 이들의 본색과 선거공학적 역학이 그러할 것이라는 뜻이다.

민주당을 이재명 당으로 환골탈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과 분란은 막상 여야·좌우 격돌의 본격적인 선거 국면이 되면 어떻게든 걸러지고 정돈될 것이다. 그들에게는 더 큰 당면의 적, 윤석열 대통령이 있기 때문이다.

'패배하면 다 죽는다'는 공멸의 위기의식과 공포가 이들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다. '사즉생'은 이들을 관통하는 정서다. 이들에게는 이른바 원칙과 대의명분이 작동되지 않는다. 정치적 필요에 따라 때때로 원칙과 대의명분을 내세우기는 하나 이들이 내세우는 원칙과 대의명분은 이들이 처한 현실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진다. 그보다 더 절박한 생존의 문제가 이들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여권과 보수진영은 확실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모든 여론조사의 추세가 그렇다. 그러다 보니 '우리끼리 해도 이긴다'는 근거 없는 낙관론과 턱없는 자신감이 스멀스멀 퍼지고 있다. 국민의힘, 자유통일당, 자유민주당, 우리공화당, 광화문 태극기 애국세력들의 각개약진 양상이 바로 그걸 보여준다.

작은 차이를 넘어서지 못하면 큰 하나가 되지 못한다. 보수 진영의 각개약진은 작은 차이를 넘어서지 못해 큰 하나가 되지 못한 전략적 오류가 현실정치에서 어떠한 파멸적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잘 보여준 2020년 총선 대참패의 경험에서 보수우파가 하나도 배우지 못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보수우파는 7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심각하게 분열되었다. 분열의 결과는 참담했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과 두 정권의 국정원장 4명, 그리고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많은 정권핵심 인사들의 사법처리와 국가적 혼란이 뒤따랐다. 4년 전 보수우파는 이 분열을 제대로 치유 극복하지 못하고 미봉적 봉합에 급급함으로써 대패를 자초했다. 이번에도 국민의힘은 보수우파 전체를 아우르는 대통합의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는 이제부터다. 절박함과 낙관론의 대결에서 늘 절박한 쪽이 승리했다는 역사적 경험을 다시 돌아보아야 할 때다. 더 나아가 실종된 원칙과 대의명분을 다시 세워 국민들에게 선거의 기준을 제대로 제시해야 한다. 정치에서 대의명분이 사라지면 남는 건 권력투쟁과 약육강식뿐이다. 4·10 선거를 적나라한 생존경쟁의 쟁투로 전락시킬지, 국민대화합의 축제로 승화시킬지, 성찰하고 다시 성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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