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김기현-박맹우 조정에도 정치권 시선집중
중진의원 "전화 받은 사람들은 그래도 위너들"
용산참모들, 서울-수도권 험지 재배치 고심할듯
|
"낙동강 벨트를 총선 승리의 교두보로 만들어 달라는 당의 명령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민주당 낙동강로드' 저 김태호가 반드시 막겠다."(8일,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국민의힘 서병수·김태호 의원이 4·10 총선에서 부산·경남(PK) 내 더불어민주당 현역과 맞대결에 나선다. 서 의원은 부산 북·강서갑에서 전재수 민주당 의원과, 김 의원은 경남 양산시을에서 김두관 의원과 승부를 겨루는 것이다. 당내에선 지난 총선과 달리 중진들이 험지 도전의 결단을 내리는 '멋진 그림'을 공천관리위원회가 이끌어내고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서 의원과 김 의원 외에도 '3선' 조해진 의원의 지역구 이동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조 의원은 현재 지역구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서 민주당 현역 의원이 있는 '김해 갑·을' 출마를 요청받은 상태다. 그는 지난 7일 당의 요청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까지 수삼일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관위는 내부 논의에서 지역구-인물 조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중진 의원에게 1 대 1 연락을 취해 물밑 논의를 이어왔다. 이후 장동혁 사무총장(당연직 공관위원)이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중진들에게 지역구 조정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려 취재로 이어지도록 했다. 서 의원과 김 의원 모두 비슷한 과정을 거쳐 기자회견을 열고 결심을 밝혔다.
지역구 이동 요청을 받은 중진들의 공통점은 지역내 높은 인지도를 갖춘 시·도지사 출신이라는 점이다. 서 의원은 부산시장을, 김 의원은 경남지사를 지냈다. 서 의원의 경우 동생 서범수 의원(울산 울주군)과 '형제공천' 부담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내에선 '험지 도전' 연락을 받지 못한 중진들이 오히려 더 불안한 상황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설 연휴를 마치면 현역 컷오프 대상 윤곽이 구체적으로 드러날텐데 당을 위해 희생해달라는 요청마저 못받은 분들은 이제 집으로 가셔야 하지 않을까"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도 "전화 받은 분들은 그래도 위너들"이라며 "당에서 다 조사를 해보고 해볼만 하니 보낸 것 아니겠냐"고 했다.
국민의힘의 중진 재배치가 울산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이 쏠린다. 울산 남구을에 김기현 전 대표와 박맹우 전 시장이 나란히 공천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 울산시장 출신 4선 의원, 박 전 시장은 3선 시장에 재선 의원 출신으로 '막상막하' 경력과 인지도를 자랑한다. 박 전 시장의 별명이 '1대 울통령'(울산대통령)이고, 김 전 대표가 '2대 울통령'일 정도로 높은 경쟁력을 갖는 만큼 민주당 현역이 있는 '울산 북구' 도전을 당에서 요청할 수 있어서다.
용산 대통령실 출신 참모들의 지역구 재배치도 점쳐진다. 일단 '서울 강남을'에 공천 신청을 했던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이 "공천과 관련된 어떠한 당의 결정도 존중하고 조건 없이 따르겠다"고 밝힌 상태다. 서울 강남을 현역 의원인 박진 전 외교부 장관도 공천은 당에 일임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외에도 '부산의 맨해튼'으로 꼽히는 부산 해운대갑에 공천을 신청한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처럼 윤석열 대통령과 유독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들의 험지 차출 혹은 재배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조 의원은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서 재선 후 한차례 쉬고 3선에 성공한 만큼 지역구 이동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경남 김해는 PK 내에서도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김해갑은 민홍철 민주당 의원이 3선을, 김해을은 김정호 같은당 의원이 재선에 성공했다. 김해 지역 예비후보들의 반발도 고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