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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ELS 판매’ 속속 중단…‘비이자이익’ 축소는 전전긍긍

은행권 ‘ELS 판매’ 속속 중단…‘비이자이익’ 축소는 전전긍긍

기사승인 2024. 01. 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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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ELS 판매 점검' 나서자 신탁업 위축 예상
이자이익 비중 관리 나선 은행권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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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판매 중단 검토를 시사하자, 주요은행들이 ELS상품 판매 중단에 나섰다.

올해 상반기에만 홍콩 H지수 연계 ELS에서 약 6조원대 원금 손실이 예상되자 ELS 등 특정금전신탁 판매를 지속할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연초부터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되자, 은행들이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은행권의 비이자이익 기반인 신탁부문 위축은 불가피해졌다. 정부가 이자이익 비중을 줄이라고 줄곧 요구해왔지만, 신탁 관련 비이자이익이 감소하게 되면, 이자이익 비중은 오히려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은행권은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제도 개선에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비이자이익 감소 등 포트폴리오 약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3분기까지 5대은행의 특정금전신탁 판매이익은 3조원을 훌쩍 넘겼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은 ELS 상품 전체 판매를 중단하거나 팔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5대 은행이 지난 2022년~2023년 12월 사이 홍콩 H지수 연계 ELS 상품 판매 중단을 결정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간 조치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ELS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원금 보장을 기대할 수 있는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만 판매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최근 비예금상품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ELS 상품 전체 판매를 중단했다. 신한·국민은행은 각각 지난 2022년과 지난해 11월부터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이날 ELS 판매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우리은행은 추가로 일본 닛케이 지수 연동 ELS 상품 판매 중단도 검토 중이다.

당국이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은행권의 ELS 상품 판매 전반을 점검하자 당분간 판매를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실제 지난 26일 기준 국민·신한·하나·농협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ELS 만기 손실액은 3121억원으로 추정됐다. 평균 확정 손실률은 53%다. 홍콩 H지수가 큰 폭으로 반등하지 않으면 올 상반기 5대 은행에서 발생하는 손실액만 5조~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은 지난 2019년 당시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로 자산관리 분야 수익 감소를 겪은 만큼 이번에도 같은 현상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특정금전신탁은 가입자가 금융사에 돈을 맡긴 뒤 기업 주식이나 특정 시장 지수를 구입해달라고 운용 방법을 지정하는 상품이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주식시장이 불황에 빠지자 투자금이 ELS로 유입되는 등 '효자노릇'을 해왔다.

실제 4대 은행의 지난해 3분기 누적 특금신탁 판매 이익은 3조40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0% 증가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KB국민은행 1조935억원, 하나은행 9660억원, 신한은행 7373억원, 우리은행 6125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농협은행은 이 기간 3950억원을 기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ELS 상품 판매를 중단하면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자이익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측면에서도 상품 라인업은 다양화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권의 수수료수익 중 ELS 상품 판매 비중이 높은 만큼 신탁업 위축이 비이자이익 감소로 이어질 염려가 있다"며 "현재는 원금 손실 우려 등이 만연해져 ELS 상품 판매를 재개해도 수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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